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영상시1

[스크랩] 이른봄/조담우

담우淡友DAMWOO 2015. 3. 27. 11:37

<!-BY_DAUM->

이른 봄

 

             조담우

 

빈들에 겨울잠이 구불구불 누워있다

바람이 차갑게 논두렁을 넘는다

들쥐가 나왔던 논두렁으로 되돌아 가 숨는다

바람 타는 잿빛 풀들이 고개를 들 때 마다

줄기 아래 남아 있는 푸르렀던 기억들도

보이다 말다 얼핏 얼핏 바람 속에 숨는다

서릿발 녹은 응달 쪽에는 메 꽃 뿌리가 하얗다

              그냥 씹어 봐도 달콤한 어릴 쩍 봄 맛

퇴비 실어 나르는 트랙터 소리가

구불 구불 누워 있는 겨울 잠을 끌고 간다

 

 

 

 

 

 

<감상> 좀 오래 전 일이지만

짐 싣는 자리에 두꺼운 까만 고무줄을 축 늘어뜨리고 삐걱삐걱 소리 나는 자전거에 우편이라고 쓰여있는 캥거루 배를 닮은 커다란 빨간색 가방을 자랑스럽게 메고 있던 우체부 아저씨가 생각난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 하면서도 멀리 사는 딸에게서 편지가 올 것만 같은 찌릿한 예감 살짝 덮고 들판을 바라본다

춥고 바람막이 하나 없는 곳에서 잘 싸워서 이겼노라 자랑스러워 어깨를 펴는 벌판,

일기예보 못들은 들쥐도 잿빛 풀들도 푸르렀던 작년을 추억하며 나와 보지만 아직은 추워서 보금자리에 도로 들어가서 숨는다 그러나 부지런한 새가 벌레를 많이 잡는다고 박새는 퇴비 실어 나르는 트랙타의 우렁찬 소리게 잠이 깨어 봄을 준비한다.

나는 핑크빛 스카프 두르고 봄 여행이나 갈까봐 

박경자ㅡ

출처 : 함박꽃
글쓴이 : 김현곡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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