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글(文)

기억의 중력

담우淡友DAMWOO 2022. 4. 25. 09:52

  내가 서면 서는 사람들이 내 안에 있다

  그들이 있는 장소는 나 뿐이어서
  내가 꽃을 보고 서 있으면 오래 서 있다
  무게가 없어서 내 안에 떠 있다
  
  내 안이 참 좁아서 
  좌뇌 벽에 부딪치고 우뇌 벽에 튕겨지고
  가슴 쪽에 있는 사람들은 좌심실 벽에
  혹은 우심실 창가에 부피 없는 어깨가 부딪칠 때

  그들을 듣지 못하는 점막의 소리 스륵스륵
  혈류의 여울 졸졸졸 
  자갈밭 맨발 소리가 무거워진다
  밖의 유일한 장소인 사진 앞에 켠 촛불에서
  나도 켜 놓은 눈에서 
  내 기억 안에 그들이 짜 놓은 촛농빛 방울들이 


  무게를 갖는다
  아래로만 방향을 갖는다

  내가 앉으면 따라 앉는다 
  누우면 양말도 벗지 않고 눕는다
  
  그들이 살만한 곳은 나 뿐이어서 
  내 그리움이 살찔 때마다 그들은 가벼워진다
  
  무게는 대략 오십일 킬로그램이다.  

 

 

 

 

초5 한서은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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