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글(文)

책한권은집한채와같다

담우淡友DAMWOO 2022. 10. 3. 11:19

시야가 좁다래져 가고

청각이 멀어져 간다

나는 어느 시간에 와서

어느 계절로 가고 있을까

길섶 웬 모퉁이에서

어떤 꽃을 보았으며

먼 바다의 첫 파도에서

소라고둥 소리 들었을까

 

아침과 저녁의 별을 적기 시작한다

정오에 하늘 가운데를 건너가는 달을 수록한다

개들이 산책할 때 개밥바라기를 놓치지 않는다

길냥이들도 페이지를 빠져나가지 않는다

 

봄이 마침표를 지날 때는 글자가 파릇했고

뙤약볕 냇가를 건널 때는 낱말이 시퍼렇게 여울졌으며

마스크 쓴 격리에도 불구하고 구절들은 여물어갔다

눈은 가끔 폭우처럼 페이지를 넘쳐

어느 해는 북해를 넘어서 극지까지 근심의 문장을 멈추지 않았다

 

세간살이마냥 들어 있지 않은 것이 없다

거실만한 희망과 다용도실 같은 꿈이 발코니 보다 아찔하고

늘 켜져 있는 데스크 탑 무소음처럼 조용하고 시끄럽고 잔잔하다

 

페이지는 점점 투터워져 간다

 

기록하지 않은 건 어쩌다 벅차오르는 교만과 불편

빠뜨린 것들은 떠오르지 않는 기억의 부스러기들이다

 

모든 기억에는 기둥과 지붕이 있다.

 

 

 

 

나의 책 한 권 나의 집 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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