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2022/06 4

더위에게

한 겹 두 겹 옷을 벗길 때마다 쇠골 뿐만 아니라 늑골까지 드러나는 내 몸 늘씬하지 않아 신박하지 않아 열린 창밖의 하늘에서 별을 복사해 붙여넣어도 달빛을 끌어와 끼얹어도 곁에 뉘고 싶은 딴 몸 하나 꿈꾸는 근육이 자라지 않아 아침 해가 수은주 한 칸 더 밀어 올려도 한 겹 옷을 껴입을 때마다 오늘은 낮에도 겉옷 한 겹쯤 벗기려나 보다 해안이 먼 내륙에서 사는 일상에 땀으로나 흠뻑 끼얹는 소확행 숨은 파일 업그레이드만 클릭 클릭하는 소프트웨어 대국 내 나라의 열대야 대책은 옷을 벗는 회수에 따라 마음의 이상 근육을 달래는 비책 언더웨어 한 겹 없이 상승 기온 벗어나는 수채화 플라워 프린트 브이 넥 롱 원피스 단 벌이면 어떠리 불쑥 자란 낮꿈 가리는 느티나무 끈 나시 그늘 한 자락이면 어떠리 만 원짜리 시..

글(文) 2022.06.27

움직이는 폐쇄

길냥이가 자동차 엔진 룸에 들어갔어요 산다는 건 방문을 여닫는 게 절반인데 문 한 번 열지 않고 산다는 게 무료했나요 철쭉꽃 나무아래의 노숙이 지쳐갈 무렵이었어요 맛고을 골목으로 진출한 엄마를 따라 이십일 세기엔 우리의 주거문화도 다를 것이라고 기계가 절반인 세상에 적응 실행했어요 길냥이로 산다는 건 문 보다 구석 한 칸 갖는 것 전세와 달세 없는 이 단칸 방은 부속품이 붙박이네요 발 뻗으면 배가 닿고 등이 낑기지만 밤새도록 거리가 밝아도 아직 차가운 별과 달의 밤 비좁아서 따스하고 아늑한 구석 방에 기름 냄새 구수하고 뜯어 먹을 호스가 있어요 산다는 건 끝없이 먹는다는 거죠 엄마가 비린 거 먹으러 나간 방 그늘 아기 젖꼭지 엄마가 올 때까지 팬 벨트 씹어 보네요 집 주인(차주)이 먼저 와서 시동을 걸어..

카테고리 없음 2022.06.19

사진을 그림처럼 5

6월...여름 초입. 여름이 끈나시 민소매 미니 원피스 캐쥬얼 차림으로 온다. 코로나가 스텔스 오미크론에 이어 델타 크론까지 장착하고 해변으로 가는 길목마다 버티고 있을 기세지만, 여름은 점점 가벼워지는 옷자락이 점점 짧아지는 걸 멈추지 않는다. 자외선의 손톱조차 두렵지 않은 맨살을 드러내며 눈부시게 오고 있다. 비가 적시는 건 갈증이지 여름의 민어깨가 아니다. 추억으로 저장한 구스다운자켓의 겨울이 그리워지는 여름의 성문 앞에서 칼이나 석궁이 아닌 그 겨울의 풍경 사진 한 폭을 그림처럼 채색해 방패로 삼는다. 방패에 부딪친 여름의 팔꿈치에 눈덮힌 설산이 타투로 찍힌다. 바야흐로 지금은 이미지 대결의 시대, 여름의 해변 풍경 앞에 겨울의 설산 풍경을 세운다.

포토샵 2022.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