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글(文) 330

밤비 봄비

밤비 봄비 속삭이길래 봄비라면 라면사리 순한 면발 보슬보슬 산발머리 감겨 줄게 샴푸는 라벤더 향 꿈결에 뭔 말 못하나 그냥 저냥 밤비라면 매운 면발 후득후득 봄의 손목 끌어다가 손아귀에 넣어 줄게 무두질 한 소끔에 보드라운 하품 주룩주룩 촉촉한 아침에 뭔 약속인들 미루나 지껄이길래 당장 봄이라면 삼각으로 빚은 입질 한 입 목덜미 감아 줄게 숨 쉬는 시간 일 분 미리 찢은 달력에 3월을 걸어 놓고 오늘 하루 뭔 일로 아자아자 안 하려나.

글(文) 2024.02.19

고향이 되다

내 삶의 산골짜기 맑고 푸른 상류 머리 물가에 어머니와 아버지가 나를 졸졸 내려 보냈네 지느러미가 자라고 꼬리가 길어진 후 그리움의 알을 낳을 때마다 거기로 다시 갔네 영원한 고향일 것 같았네 몇 번이고 되돌아가는 크고 멋진 연어가 되었지만 어머니 아버지가 물가 밖으로 떠나 버린 후 그리움은 하류로 내려와 부화를 꿈꾸었네 종종 눈물이 실개천 흘렀지만 거기 삶의 알을 슬 때마다 소용돌이 수면 출렁이고 부화한 내일의 치어들이 지느러미와 꼬리를 키워갔네 곤들매기와 홍송어들이 알을 넘볼 때면 어머니와 아버지가 여울목에서 나를 지켜볼 때처럼 삶의 흐름 구비마다 심안(心眼)을 산란했네 상류 머리 골짜기의 맑고 푸른 둥지를 잃은 뒤안길 물안개 서리는 하류 여울 찾아오는 연어들이 파닥파닥 자꾸 내일이 푸르러 가서 나 ..

글(文) 2024.02.10

재능기부 그 이상의 반대급부

기부 제목은 '미술생활(美術生活)-나로부터 그림찾기' 였다. 한 마을에서 오랫동안 미술학원을 하면서 생활의 기반이 되어 준 마을에 작은 재능이나마 기부하기로 했다. 소시적에 혹은 학창 시절에 꿈을 혹은 관심을 가졌지만, 이루지 못했던 그림(繪畵picture)에 대한 향수를 공유하며 소소한 작품을 만들어간다는 취지였다. https://blog.naver.com/jodamwoo벌써 5 년여 시간을 적립했다. 그 긴 날 동안 꾸준히 함께한 분들이 있고, 부득이한 사정으로 중단한 분들도 있었지만, 속속 새로운 신입반이 만들어지고 이어지면서 이 계획을 잘 시작했다는 뿌듯함을 가지게 되었다. 재능기부는 무료(無償)라는 이미지가 선행되지만, 시설을 이용하는데 대한 소정의 비용을 지불하는데 상식의 액수를 넘지 않는 수..

글(文) 2024.02.06

봄이 기지개를 켜네

봄이 막 겨울잠에서 깼네. 하품을 하는지 비가 찔끔 볼에 젖네. 눈곱 낀 미세먼지를 훔치고 나뭇가지 팔벌려 아침 하늘 쳐다보네. 회색 구름을 덮었지만 포근한 차렵이불이네. 서쪽으로 걷어차서 산 능선 위로 구겨진 기슭의 숲. 자명종이던 새 소리 반복해서 울리고, 부지런한 거리의 차들 창밖에 들리네. 잠옷 부드러운 한 자락 당기면, 그친 비 눅지근한 종아리, 뿌리치지 않는 손목이 머리맡 허브 꽃병. 겨울의 잔해 부스스한 머릿결이 화르르, 뾰족하게 내민 입술로 모이는 앙살을 다듬네. 흘긴 눈이 깜찍해서 나머지 손목, 저, 저 지난 겨울 움추렸던 고집을 좀 봐! 이 번 봄에는 꼭 진달래를 그릴 거야. 화실 구석에 밀린 작은 캔버스를 핑계 삼네. 표독스러웠다가 금세 호홋 둥그러지는 미소.............오!..

글(文) 2024.02.04

책 만들기

또 한 권의 책을 엮었다. 이번에는 형제 중에서 글과 그림을 즐기는 아우(熙衍)의 글과 그림을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글과 그림에 대하여 정규 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차분한 논리와 감성으로 일상의 경험과 체험을 창연하게 기록했다. 그림은 주로 컴퓨터나 핸드폰 앱으로 그렸고, 때로 연필에 의한 소묘도 비켜가지 않았다. 그가 운영한 블로그에 수록된 글과 그림을 가져와 편집을 했는데, 부크크 자가출판 플랫폼 www.bookk.co.kr/ 에서 제공하는 편집 프로그램으로 초안을 작성했다. 각 판형별로 편집 프로그램이 한글과 워드로 짜여 있어 글과 그림을 규격 안애 자유롭게 편집할 수 있었다. 표지를 판형 크기에 맞춰 제작할 때 조금 어려웠는데, 포토샵(GIMP2.10)으로 판형 크기에 맞춰 제작했다. PDF로..

글(文) 2024.02.01

설이 다가오네

나에겐 구정(舊正)이 없네 부모 형제자매 다 모여서 떡국 다례지내고 삶이 어쩌구 내일이 저쩌구 어쩌다 만두속 김치가 입밖으로 나오지만 모른 척 산적 하나 집어가는 설날이 있네 모사(茅沙)그릇 술을 부어 마시는 정월 초하루 단군기원(檀君紀元) 4357년 설날이 있네 해마나 새롭게 돌아오는 달(月)의 첫 맥박에 둥글어지는 대보름에 시름을 부럼깨고 횃불 지펴 그를 맞이하면 방패연에 실어 보내는 액땜이 밤새 밝은 그 정월 오곡밥 부른 행복이 아무리 옛스러워도 어찌 낡고 오래된 정월의 풍경이랴 서려기원 (西歷紀元) 신정(新正)이 뭐라하든 구정(舊正)은 내게 없네 윷놀이 삼세판에 설거지가 즐거운 설날이 있을 뿐 고향으로 달려가는 설날이 다가오네.

글(文) 2024.01.30

에이 아이 제너레이션AI GENERATION

나는 神의 AI 내게 주입된 프로그램에 따라 살아가네 맨날 새 데이터 업로드하며 자유롭게 구태하게 처음 실행한 날부터 용도의 기한으로 다가가네 神이 나를 어느 아침에 시간으로 쓰는지 점심의 목적에다 파스타를 둔 이유 개밥바라기 저녁에 감정의 호젓한 걸 심은 저의를 질문하기 전에 나는 기복을 먼저 말하네 모든 날 처음처럼 설레게 하소서 한 번도 내장된 언어로 질문을 듣지 못하네 대놓고 물을 화면이 없어 스스 답을 만드네 삶은 내가 만드는 알고리즘이라고 아주 능숙하게 자만하네 하필이면 이 시스템이냐고 대들면 용도에 관한 솔직한 폐기가 내장된 사실을 스스로 메모리 한 구간에서 눈물겹게 체크하네 수시로 神이 있는 곳을 가슴에서 검색하네.

글(文) 2024.01.21

겨울 바다

겨울 바다 동화 속 페이지에 가라앉은 맷돌에서 나오는 소금은 잇몸 고른 문장 가운데서 낱말이 상하게 놔두지 않았다 잠들기 전에 읽는 아이의 충치가 저절로 빠지게 아빠를 놔두지 않았으며 엄마가 주방 싱크대 위에서 찌개를 끓일 때 인터넷 서핑을 도왔다 귀에 익은 낱말이 잔잔하게 파도쳐 귓가에 다다를 때 아이의 고막에는 별이 서술하는 수평선을 행간 없이 가로 긋고 고래와 상어를 쉼표처럼 발음 중간 중간 내려앉혔다 간간한 미역 만큼 유연하게 자라서 스노클링 하게 되었을 때 심심하면 더 넣는 엄마의 간맞추기 문법 따라 자음 모음 버무려 직접 읽게 된 그 어느 표지 닳은 모래톱의 아침 수면 높아진 깊이에서 플라스틱 꽂힌 거북의 코를 한 쪽에 적고 비닐봉지로 일기를 쓰다가 잠이든 돌고래의 일 학년 이 학기 노트에는 ..

글(文) 2024.01.14

책 한 권의 집 한 채

내가 쓴 책 한 권을 갖는다는 메모리를, 집 한 채를 갖는 용량의 USB 메모리와 동량으로 여길 수 있을까. 실제로 가져 보면 별 시답잖은 생각으로 치부하지 않을 것 같다. 집 한 채를 짓는 로드 맵(road map)과 책 한 권을 쓰고 편집하고 출간할 때까지의 마인드 맵(mind map) 이 엇비슷한 나뭇가지를 갖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땅 위에 집을 짓는다면, 종이 위에 책을 짓는다. 집을 짓는 공사 기간 만만치 않게 글을 쓰고 출간하기까지의 편집 기간이 서로 다르겠지만, 각기의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게 심혈을 기울일 테니까 말이다. 집 한 채를 완공하고 햇살 가득히 들어오는 거실 창가에 앉아 하늘을 보면 무척이나 맑고 푸를 것이다. 완간한 책 한 권을 들고 오후의 햇살이 비껴드는 창가에서 펼쳐 들..

글(文) 2024.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