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글(文) 331

봄의 현관-시조

봄의 현관 조담우 잡동사니 쌓인 겨울 읽고 있는 다용도실 여남은 개 묵은 감자 새싹이 돋고 있다 겨우내 미루던 일기 씨눈으로 적는 건지 텃밭 가꾼 친구가 먼 택배로 보내와 버리지 못했더니 그예 한 마디 쓰나 보다 잔설의 여백을 건너 첨부하는 상춘 안부 식탁에 올리면 구수한 낱말 돋는다 대보름 부럼이랑 찐 감자에 동치미 조각 손 글씨 늦은 답장이 자꾸만 길어진다

글(文) 2018.04.03

꽃받침

꽃받침 매일 꽃이 피는 집 오늘도 그 집에 간다 인터넷 도로가 페이스북 길섶이다 세상에 와서 아홉 번째 꽃 피는 맏이와... 다섯 번째 피는 둘째 뒤로 두 번째 피고 있는 막내가 사는 꽃집 방이 전부 꽃밭이다 이 밭 저 밭 돌아다니다가 아래 층 꽃밭에서 멍멍이가 짖으면 멈춘 곳에서 꽃잎을 편다 사람 위에 사람 있고 사람 아래 사람 있어 서로 받쳐 준단다 나비가 된 엄마의 말씨가 날아와 곁에서 싹이 트면 새로 밀어 올린 꽃봉오리에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끼얹는다 ㅎㅎㅎ 홀씨 된 소리가 창턱을 넘는다 미세먼지가 나쁜 공중을 한바퀴 돌아와 나란히 한 꽃밭에서 봄 이불 덮는다 이상하네 난 왜 엎드리면 꽃받침이 안 되는 거지 언니는 어뜨케 그렇게 해? 턱 굄이 잘 되지 않는 막내의 궁금이 활짝 핀다 이내 꽃받침..

글(文) 2018.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