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글(文) 331

어린 날의 詩

해 안 뜬 날 curtain 을 떼어서 sofa 위에 깔았다 미닫이 자물쇠는 온종일 안 잠근 채인데 어둠은 하루가 달라지게 amoeba의 괴물처럼 내 숨을 덮쳐 온다 나는 curtain 자락에 몸을 싸고 웅크린 채 유리창이 깨져라 발광하는 寒風에 몸을 떨며 마음이 쓰리다 中耳炎을 앓듯이 해 안 뜬 날 귀 기울여도 얼어붙는 빗소리마저 殺氣를 띄고 언제든지 기다리기만 하는 나그네의 손 위에 한 줌의 입술 분량도 닿지 않는다 三更에 뜬 눈으로 어둠을 밀어낸 空虛엔 너의 고운 손에 쥐어뜯긴 원망 뿐이다 瑄아야! 앳된 너의 귓불엔 반짝이는 情感이 시집간 내 동무의 목덜미처럼 하얀 lace 언저리에 맴도는 무수한 소리 소리......내 허파 動脈까지 이를 듯한 너는 산토끼의 오랜 分身 아직은 비린내를 모르는 少女야..

글(文) 2024.04.20

오늘의 바깥

스물두 번째 봄이 피고 있었다 그 나물에 그 꽃이 핀다해도 날짜를 섬기는 따위 순번은 목차가 아니었다 늘 서두른 파티가 잎샘으로 옹송그릴 때 훈풍은 방향을 타지 않았다 속도는 자유로웠고 봄은 첫 번에도 꽃의 선택을 망설이지 않았다 영역 안에서는 만발했지만 갓길 한 걸음 벗어나면 정체된 각성들이 빵빵거렸다 봄이 시끄럽다는 견해는 주목을 받았다 꽃 때문이라는 주장 너머로 내일의 미모가 빛나고 있었다. * 위의 시를 GPT-4 기반 Copilot에게 이미지로 표현해 달랬다. 아래의 그림을 띄워 주었다.

글(文) 2024.04.13

투표소 사전 풍경

저번에 짝은 사람은 말고 왜냐하면 일을 할 만큼 한 사람이고 새로 나온 사람으로 왜냐하면 첫 마음으로 일할 테니까 그래서 꾸욱 인장쳐 주고 그게 어느 고양이 편이든 진돗개 편이든 따지지 않고 모처럼 투표의 봄날 아침이 상큼 훈훈해서 쓴 마음자락 펄럭이며 들어간 투표소 안에는 안내서부터 신분증 검사 그리고 뽑아져 나온 투표용지가 짧은 것과 기~이~인 것 저 수양버들가지같은 이름들이 어디에 써먹을 공약인지~~~~~고양이와 진돗개는 맨날 으르렁 그르렁 주변에서 맴도는 길냥이와 떠돌이 투견들 어느 한 마리 입양할 의도 전혀 없지 깨끗하고 반듯한 투표 종이만 드르륵 채우는 문자 뿐이라 흥미는 정당한 권리를 비웃는 듯 그래서 마음 추스르고 기표소 안에들어가니 모처럼 권리로 주어진 공간이 비밀스러워 아늑하고 즐겁다 ..

글(文) 2024.04.06

고소한 향의 아침

아침 현관문을 열었을 때, 웬 흰색 종이 가방이 놓여 있어요. 택배일까? 깔끔한 종이 가방인 걸 보면 택배가 아니란 걸 금방 알게 되죠. 무얼까. 열어보니 다시 갈색 종이 봉지에 투명 비닐 부분으로 보이는 탐스럽게 부푼 3단 빵이 들어 있어요! 누가 가져다 놓았을까. 잘못 가져다 놓은 것일까. 얼마후 종종 쿠키나 빵을 직접 구워 나눠 주는 지인일 거라는 추측을 하죠. 주방으로 가져와 비닐봉지를 열고 1단을 뚝 떼어 '반가운 아침의 선물'을 맛 봅니다. 촉촉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졸깃한 식감의 맛은 구수한 향기와 더불어 오관(五官) 속으로 녹아드네요. '이 건 단순한 선물이 아니야!' 막 아침에 구운 빵을 현관문 앞에 가져다 놓기 까지의 운전 거리와 마음의 시간과 빵이 익어가던 아침의 정성이 한 개의 빵으로 ..

글(文) 2024.04.05

꽃들 잔치

활짝 열린 화왕계(花王戒-界)의 선거 파티 거리마다 피어난 장미꽃들이 봄바람에 나부낀다 꽃말의 새콤한 향기와 요염한 몸짓이 미세먼지 속에 화사하다 짙은 황사에도 얼굴 붉고 건강하다 미소 가득 번지는 넝쿨 가지에 가시가 돋으면 헛말을 찌르며 빈말에 혈흔이 생겨 당분간 지워지지 않는 주홍문자 오므렸다 편 잎사귀에 잎맥으로 벋을 때 갓길에서 우두커니 바라보는 할미꽃의 쯧쯔 자줏빛 사투리가 근심으로 피면 혀의 길이가 세 치를 넘는다 충심의 폭은 큰 걸음의 보폭 말없이 길모퉁이에 핀 화왕(花王)에게 닿을 때 모란이 필 때까지 기다리던 시인을 백성으로 갖고 파마 안 한 백발의 충언이 두발(頭髮) 곧으면 봄철의 이 파티가 꽃의 나라 축제 봄까치꽃도 화왕( 花王 the king of flowers)이 되는 나라.

글(文) 2024.04.02

삶이란

나를 기억하는 사람들과 기억을 나누는 것 내가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기억하고 싶은 그들의 기억을 보내면 그들이 기억하고 싶은 나의 기억을 화답으로 보내고 나는 그 기억을 수정해서 가슴 아래쪽에 보관한다 저장된 기억을 가끔 꺼내보며 내가 살아가는 이유 사람들이 이유가 되는 변병을 첨부하고 이유가 있어 원인이 없어도 좋은 시절을 보낸다 산다는 건 기억을 가꾸는 것 내가 기억하는 사람들과 기억의 밭을 일군다.

글(文) 2024.03.28

봄은 왔지만

​​ 와서 들에 정원을 펴고 집집마다 화분에 손질을 하고 내 단전에도 내려와서 꽃씨를 심었지만 더 나은 원예가 수십 뽑는다고 전정 가위질 한 번 제대로 못한 사람 화분갈이 부토를 만지기 꺼리는 사람 꽃 가지 잘못 자르고도 가위를 치켜든 사람 꽃이 피면 어떤 메일 먼저 써야할 지 모르는 사람 알면서도 모르고 모르면서도 아는 사람 사람 사람 사람 사람 ​ 꽃샘을 지나 잎샘으로 바람 부는데 숙련공인 봄처럼 나무와 꽃을 나열할 때 높이와 길이를 보는 눈 흔들리면 좌우 폭에 따라 눈길을 주는 깐 어느 눈길에 저게 예쁠까 짐작이 총명한 마음 ​봄은 공평한데 안팍이 다른 원예가만 자꾸 불어나는 우리들의 공공 정원 ​ 봄은 무성한 잡초마저 꽃을 다는데 화분에 가둔 화초만 물을 주는 손길 꽃의 뜻을 편 봄이 울타리에 송..

글(文) 2024.03.23

오후의 봄바람

먼 산을 넘어 비닐하우스 단지 들을 건너 새 움트는 나무들을 만졌을 것이다 연못 수면을 슥 훔치고 왔을 것이다 산수유 꽃 흐드러진 나무 아래 그네 의자에 앉아 있는 내 마음 오후 햇살에 나른한 목 아래까지 와 심심한 살갗을 만지네 슬며시 잔잔한 생각을 클릭 클릭 빈 화면이던 마음 자락에 노란 꽃잎 가득 채우네. 봄바람 부는 오후의 연못가 그네 벤치에 앉아 있노라면, 얼굴 부드럽게 매만지는 바람의 손길에 빠져든다. 오! 우훗. 그럴 때면, 나라 안의 여당 야당 선거판 니전투구( 泥田鬪狗 )나 북한의 미사일 시위, 우크라이나-러시아 쌈박질도, 열세의 하마스와 악착같은 이스라엘의 다구리도 잠결인듯, 꿈결인듯.....소리없이 봄을 준비하는 나무와 풀만도 못하다. 지난해 푸르렀던 갈대 숲이 더 사람(人間)스럽다...

글(文) 2024.03.17

청와대 관람기

아래 기록은 개인적인 감상임.^^* 하얀 용마루와 내림마루 양쪽으로 나빌레라 푸른 지붕 아래 밝은 대리석 빛 모양의 서까래, 공포, 단청 그리고 기둥과 기단까지 백의의 아름다운 청와대 본관 앞에 섰을 때다. 웅혼한 북악산을 등지고 너른 금잔디 앞마당을 안고 서 있는 모습이 한 나라의 지세와 백성을 넉넉히 품어 다스릴 것 같은 자태였다. 안으로 들어가서 주단(朱丹)이 깔린 계단을 오르면 양쪽으로 집무실, 접견실, 초상화실 등등 여러 기능의 방들이 촘촘히 둘러 이 건물이 한 나라에 어떤 쓸모가 있는지 꼼꼼하고 세심하게 그 내면을 보여 주고 있었다. 화려하면서도 아늑하고 조용하면서도 비밀한 분위기를 안고 있었는데, 구석구석 돌아보면 볼수록 이 내용들이 어떻게 백성의 마음과 고민에 닿는 경계가 있는지 궁금해졌다..

글(文) 2024.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