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눈 눈 덮힌 밭 가장자리 바위가 모여 앉아 있다 머리 맞댄 소나무 두 그루 바위들이 하는 말 조용히 듣고 있다 바위들이 보낸 시간 밭고랑을 지나간 채소와 풀들의 시간 곧 하늘이 갤 것이다 수채 풍경화 2016.03.01
겨울풍경 눈은 하늘이 구름을 통해서 보낸 메일이다. 대지는 받은 메일을 꼼꼼히 읽는다. 땅을 어떻게 돌볼 것인지 나무는 어떻게 꽃을 장식할 것인지 하늘의 뜻은 방방곡곡 전달 된다. 수채 풍경화 2016.02.11
나의 풍경화에는 가을이 많다 나의 풍경화에는 가을이 많다 내 몸과 마음은 단색인데 가을 풍경을 그릴 때면 다채로운 색깔을 띈다 풍경과 깔맞춤하려고 애쓴다 마침내 가을 풍경은 화려하게 재생(작품) 된다 김천 직지사 경내 풍경 수채 풍경화 2015.12.26
만추 가을은 가버렸지만 잊을 수 없는 가을 하나 있다 색깔 고운 나뭇잎을 다 읽지 못한 가을 하나 있다 편지 쓰기를 마친 겨울 나무 앞에서 그토록 많은 편지를 쓰고 있던 (그림 속에서 그 편지를 읽는다) 잊을 수 없는 가을 하나 있다. 가을은 못 다한 말이 있을 것이다 내가 미처 못읽은 편지 수두룩 할 것이다 가을은 그림 속에서 못 다 전송한 편지를 펴 놓는다 나는 잊을 수 없는 가을 하나 찬찬히 읽는다 붉은 가을이 내 속에 물든다. 수채 풍경화 2015.12.02
맑은 물 김천의 직지천변 수문과 수초 동서로 죽 벋은 방죽 수초 그늘 투명한 직지천 흐르고 교동 골짜기서 흘러드는 실개천 수문 뒤로 경부고속철가교 가로지른다 녹음 짙어가는 유월 천지수목(天地水木)이 풀색... 내 마음인들 풀빛 아니 푸르리. 수채 풍경화 2015.06.08
꽃 천지 꽃은 누구에게 저 환한 미소를 보내는 것일까 내 마음은 속내까지 빼앗겨 버리지만 나는 꽃의 흘김조차 얻지 못하며 꽃이 내게 친절하다는 걸 다만 착각할 뿐이다 나는 꽃의 수정을 돕지 못하며 꿀샘 근처에도 가지 못한다 꽃이 나를 외면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ㅎㅎㅎㅎㅎㅎㅎ한다. 수채 풍경화 2015.04.04
자작나무 봄길 그래, 가만히 앉아 기다리지 말자 오는 봄도 맨발로 나서 맞으면 천천히 오다가도 서들러 오겠지 자작나무도 새순 밀어 맞고 있는데 바람도 나뭇가지 빌어 손 흔드는데 나도 가슴 내밀어 봄을 끌어안을 준비를 하자 두꺼운 옷 벗어 버리고 봄이 다가와서 스킨쉽하도록 드러난 팔목과 종아리를 내놓자 봄은 좋은 곳 싫은 곳 가리지 않고 오는데 햇살 환한 쪽으로 우선 가보자. 수채 풍경화 2015.03.21
누가 자고 있을까 누군가 오래도록 자고 있다 지금쯤 깨어나 밖으로 나올 때 아니되었을까 기척이 없네 아직 때가 아니라면 언제 기지개를 켜고 저 무거운 덮개를 일으켜 세우며 뚜벅뚜벅 걸어나올 그 누구 고인돌은 귀띔조차 않네. 수채 풍경화 2014.07.21
다시 가고 싶은 섬 그 섬에 가면 바닷가에 먼저 선다 정다운 밭담이 청보리 밭을 안고 귓속말로 전하는 바다 얘기 들을 때 고개 든 유채꽃은 귀를 기울이고 내 키에 맞춰 나지막이 앉아있던 수평선이 산을 오르면 기슭까지 따라 키를 높이는 그 섬에 가면 산이 바다를 어떻게 사랑하는지 바다가 산을 어떻게 그리워하는지 통 모르는 사람조차 알게 한다 그립다는 게 어떤 표정인지 그 섬에 갔다온 사람은 사진만 보아도 그 사진을 보고 그림으로 그린 사람조차. 수채 풍경화 2014.06.26
신新-구舊의 소통 신-구의 소통 방식은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양립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스마트 폰과 1960년대 쓰이던 내부용 전화기(인터폰 대용)를 대비 시켜 본다. 홀로 당당한 스마트폰과 끊긴 줄을 뻗어 닿으려는 구식 전화기... 두 씀임새 간의 감성이 통할까? 구식 전화기의 소통은 행동 하나 하나.. 수채 풍경화 2014.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