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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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의 봄바람

먼 산을 넘어 비닐하우스 단지 들을 건너 새 움트는 나무들을 만졌을 것이다 연못 수면을 슥 훔치고 왔을 것이다 산수유 꽃 흐드러진 나무 아래 그네 의자에 앉아 있는 내 마음 오후 햇살에 나른한 목 아래까지 와 심심한 살갗을 만지네 슬며시 잔잔한 생각을 클릭 클릭 빈 화면이던 마음 자락에 노란 꽃잎 가득 채우네. 봄바람 부는 오후의 연못가 그네 벤치에 앉아 있노라면, 얼굴 부드럽게 매만지는 바람의 손길에 빠져든다. 오! 우훗. 그럴 때면, 나라 안의 여당 야당 선거판 니전투구( 泥田鬪狗 )나 북한의 미사일 시위, 우크라이나-러시아 쌈박질도, 열세의 하마스와 악착같은 이스라엘의 다구리도 잠결인듯, 꿈결인듯.....소리없이 봄을 준비하는 나무와 풀만도 못하다. 지난해 푸르렀던 갈대 숲이 더 사람(人間)스럽다...

글(文) 2024.03.17

알함브라 宮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의 그라나다 주에 있는 이슬람 궁전. 이슬람 제국이 이베리아 반도 통치시 지은 궁전으로 알려져 있다. 궁전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스페인 출신 기타리스트 프란시스코 데 아시스 타레가 이 에익세아(Francisco de Asís Tárrega y Eixea 1852-1909)의 기타연주곡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Recuerdos de la Alhambra) '은 청소녕년 시절부터 귀에 익도록 들어온 명곡으로 알고 있다. 화려한 트레몰로(tremolo) 기법으로 연주 되는 그 기타 연주곡을 듣고 있으면, 궁전 내부에 새겨진 이슬람 특유의 정교하고 수려한 문양이 상상으로 그려진다. 비록 사진으로 보고 전경의 일부 밖에 그리지 못했지만, 외부는 붉은 색조로 지어진 요새같아 웅장한데도 불..

슬로베니아 블레드 城

중유럽 유럽발칸반도에 위치한 슬로베니아 공화국(Republic of Slovenia)의 성(城) 유적 역시 유럽픙의 성채를 지니고 있다. 블레드 호수( Blejsko Jezero) 물가 절벽 위에 세워진 블레드 ( Bled castle) 성채의 위용이 고색창연하다. 중세 유럽의 성이 풍기는 첨탑과 수직의 풍채가의 선(線line) 과 그 흐름의 미(美)가 그림으로 재현하고 싶은 유혹을 불러 일으킨다.

노이슈반스타인 城

동화 백설공주의 배경이 되었다는 독일 퓌센 호엔슈반가우 산 위에 오똑 서 있는 노이슈반스타인 고성(古城) Schloss Neuschwanstein 웅장함에다 오밀조밀 스마트한 모습에서 저 성에서 살았다는 루트비히2세( Ludwig II 바이에른 왕국 제4대 국왕 )의 몽상가적 내면이 느껴진다. 백설공주나 잠자는 숲속의 공주 같은 공주시리즈 동화가 솔솔 흘러나올 개연성(蓋然性)이 충분하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서 고난과 역경을 건너 마침내 본래의 영화(榮華)를 찾는 신분의 '고루한 패턴'을 불식시킬 만큼 화려하며 고즈넉하다. 가서 직접 보지 않고도 이러한 느낌을 갖게 하는 성(城 castle) 노이슈반스타인. 꼼꼼하게 묘사해 보았는데 탑과 성곽을 그리다가 비례(比例)를 놓쳐 내 깜냥대로 그린 작품이 되어버..

청와대 관람기

아래 기록은 개인적인 감상임.^^* 하얀 용마루와 내림마루 양쪽으로 나빌레라 푸른 지붕 아래 밝은 대리석 빛 모양의 서까래, 공포, 단청 그리고 기둥과 기단까지 백의의 아름다운 청와대 본관 앞에 섰을 때다. 웅혼한 북악산을 등지고 너른 금잔디 앞마당을 안고 서 있는 모습이 한 나라의 지세와 백성을 넉넉히 품어 다스릴 것 같은 자태였다. 안으로 들어가서 주단(朱丹)이 깔린 계단을 오르면 양쪽으로 집무실, 접견실, 초상화실 등등 여러 기능의 방들이 촘촘히 둘러 이 건물이 한 나라에 어떤 쓸모가 있는지 꼼꼼하고 세심하게 그 내면을 보여 주고 있었다. 화려하면서도 아늑하고 조용하면서도 비밀한 분위기를 안고 있었는데, 구석구석 돌아보면 볼수록 이 내용들이 어떻게 백성의 마음과 고민에 닿는 경계가 있는지 궁금해졌다..

글(文) 2024.03.05

입춘 시조時調 한 수

폭설과 폭음하다 내 몸은 네 맘처럼 무작정 희지 않다 일상이 고층이라 어지러운 눈이 흐려 너에게 발목 빠진들 뿌리내릴 깜냥일까 아무리 두절된들 나는 내려가야 한다 오르막 모퉁이서 미끄러져 뒹굴 때면 맨살의 너에게 안겨 고립되고 싶는 시름 사람의 푸른 땅에 봄이 온다 할 적마다 심술 반 유혹 반 손목 잡는 섬섬옥수 놓아라 해 뜨기 전에 일하러 가야한다

글(文) 2024.02.24

밤비 봄비

밤비 봄비 속삭이길래 봄비라면 라면사리 순한 면발 보슬보슬 산발머리 감겨 줄게 샴푸는 라벤더 향 꿈결에 뭔 말 못하나 그냥 저냥 밤비라면 매운 면발 후득후득 봄의 손목 끌어다가 손아귀에 넣어 줄게 무두질 한 소끔에 보드라운 하품 주룩주룩 촉촉한 아침에 뭔 약속인들 미루나 지껄이길래 당장 봄이라면 삼각으로 빚은 입질 한 입 목덜미 감아 줄게 숨 쉬는 시간 일 분 미리 찢은 달력에 3월을 걸어 놓고 오늘 하루 뭔 일로 아자아자 안 하려나.

글(文) 2024.02.19

고향이 되다

내 삶의 산골짜기 맑고 푸른 상류 머리 물가에 어머니와 아버지가 나를 졸졸 내려 보냈네 지느러미가 자라고 꼬리가 길어진 후 그리움의 알을 낳을 때마다 거기로 다시 갔네 영원한 고향일 것 같았네 몇 번이고 되돌아가는 크고 멋진 연어가 되었지만 어머니 아버지가 물가 밖으로 떠나 버린 후 그리움은 하류로 내려와 부화를 꿈꾸었네 종종 눈물이 실개천 흘렀지만 거기 삶의 알을 슬 때마다 소용돌이 수면 출렁이고 부화한 내일의 치어들이 지느러미와 꼬리를 키워갔네 곤들매기와 홍송어들이 알을 넘볼 때면 어머니와 아버지가 여울목에서 나를 지켜볼 때처럼 삶의 흐름 구비마다 심안(心眼)을 산란했네 상류 머리 골짜기의 맑고 푸른 둥지를 잃은 뒤안길 물안개 서리는 하류 여울 찾아오는 연어들이 파닥파닥 자꾸 내일이 푸르러 가서 나 ..

글(文) 2024.02.10

재능기부 그 이상의 반대급부

기부 제목은 '미술생활(美術生活)-나로부터 그림찾기' 였다. 한 마을에서 오랫동안 미술학원을 하면서 생활의 기반이 되어 준 마을에 작은 재능이나마 기부하기로 했다. 소시적에 혹은 학창 시절에 꿈을 혹은 관심을 가졌지만, 이루지 못했던 그림(繪畵picture)에 대한 향수를 공유하며 소소한 작품을 만들어간다는 취지였다. https://blog.naver.com/jodamwoo벌써 5 년여 시간을 적립했다. 그 긴 날 동안 꾸준히 함께한 분들이 있고, 부득이한 사정으로 중단한 분들도 있었지만, 속속 새로운 신입반이 만들어지고 이어지면서 이 계획을 잘 시작했다는 뿌듯함을 가지게 되었다. 재능기부는 무료(無償)라는 이미지가 선행되지만, 시설을 이용하는데 대한 소정의 비용을 지불하는데 상식의 액수를 넘지 않는 수..

글(文) 2024.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