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文)

세모 밑 달력

담우淡友DAMWOO 2019. 12. 26. 10:12

31 & 30 & 29 & 28 & 27 & 26

거꾸로 읽는다 아직 26일

엿새 간의 '아직'이 '여유'의 손을 잡는다

서로 손이 따뜻하다

얼음이 얼지 않는 남부지방의 아직과 여유다


두 성질이 남쪽에 가까운 삶의 달력을 읽는다

26 * 27 * 28 * 29 * 30* 31 

엿새 간의 '이미'가 '벌써'와 등을 돌린다

'이미'의 등짝은 산비탈처럼 가파르다

'벌써'의 가슴에는 찬바람이 안겨 있다

곧 얼음이 얼 것 같다


달력이 나를 편식한다

채식주의자가 될뻔 했다

육식주의자가 될뻔 했다

퓨전주의가 더 낫다고 생각하게끔

달력은 나와 주변을 뒤섞어 폭식한다

2020 1월을 서둘러 상 차리고

'아직'을 집어 '벌써'를 드레싱한다

뚝뚝 떨어지는 '여유'와 '이미'가

발등에 느낌표를 찍는다

1 @ 2 @ 3 @ 4 @ 5 @

'기어코'가 콧물 훌쩍인다

'마침내'가 쿨럭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