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文)
기일忌日
담우淡友DAMWOO
2021. 9. 5. 03:43
그동안 잊은 적이 없는 날을 잊는 날
한동안 살았던 세상에
살았던 적이 없는 세상에서 살고 있는 이를
날마다 기억했으므로
오늘은 그런 날을 잊는 날
내가 살고 있지 않은 세상에서 살고 있는 이를
다시는 살 수 없는 이 세상의 이 곳에
불러 오는 날
기억의 책장 어느 구석에 한 권의 이야기로 꽃혀 있는 이를
데려와 내가 살고 있는 세상에 잠시 읽게 하는 날
홍동백서
조율이시
저 세상 이 세상 사이에 촛불로 다리 비추고
만나서 이 따위 세상을 저 따위 세상에 대입하는
서로 자기의 세상을 한 페이지 낭독하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