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文)

추석이 덥다

담우淡友DAMWOO 2024. 9. 15. 07:47

절기(節氣)가 삐쳤다. 스물네 바퀴로 도는 시시때때를 멈춘 것일까. 이번 절기가 다음 절기한테 바턴을 너기지 않고 있다. 달력은 꼬박꼬박 날짜를 짚어 넘기는데 그 루틴을 해가 무시하고 있다. 지구는 덩달아 해릐 행짜를 쫓고 있다.아무래도 해의 힘이 더 셀진대 지구는 울며 겨자먹기로 순응하고 있는 걸까. 태양계 운영 시스템이 바뀐 것일까. 냉각 알고리즘이 과열된 것일까. 은하계의 책임인지 우주의 범실인지...................지구에 빌붙어 사는 인간들이 지들 삶의 알고리즘에 분탕질을 쳐서 지구의 씨피유를 망가뜨리고 신선한 파일들을 오염시켰다고 지들끼리 알고모르고 왈가왈부 지랄 방꾸똥꾸 할 때(나도 그 중에 한 놈), 참고 견디던 절기가 팽 돌아앉아 버렸다. 처서가 백로한테 절기 시스템 유틸리티 넘겼을 텐데, 백로 상강이 기다리고 있을 텐데 가는 길이 험한가 보다. 그 험한 길을 인간이 냈을텐데 선각자들이 목청을 돋구어도 하이에나 귀에 사자후 소리치기다. 달은 여전히 밤에 뜨고 별들은 반짝이는데 해의 잘못이라고 뚱칠 수 없다. 조금만 더워도 하루 종일 에어컨 쳐돌려대는 사람들의 도시가 열섬에 갇혀 더 덥다고 아우성이다. 추석 빔을 장만하는 얼굴에 땀이 범벅이다. 고향을 찾아가는 차량행렬의 배기까스 에어컨 열기도 만만찬다. 지구는 시원하고 싶다. 절기는 메뉴얼 대로 실행하고 싶다. 추석은 말없이 날짜를 지키고 있다.  사람은 조상에게 무슨 덕을 입을까 소원할까. 

 

 

초1 임채아 싸인펜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