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文)

가을 길섶에서

담우淡友DAMWOO 2024. 11. 2. 15:41

밤비 그치고 

한낯 햇살이 빛났네

가로수 낙엽 울긋불긋

모자이크 완성해가는 강변

한 폭으로 익어가는 둑길을 걸었네

 

하늘이 가라앉은 수면 위엔 물오리가 떠 있고

흰구름도 소리없이 노저어 흐르면

자맥질하는 물고기가 하늘로 떨어지네

 

하늘로 사라진 유년의 물고기가 있네

손에 잡힐 듯 빠져나가며

하늘을 나는 꿈이 쫓던 무중력의 꿈속

이젠 날지 않는 무게로 가라앉은 가을

생각이 여물어 땅으로 떨어지네

 

시간 얼마 남지 않은 흰 나비 한 마리

시든 지칭개 꽃 위에 앉았다 날아가고

쑥대궁 끝에 앉은 잠자리 한 마리도

곧 멈출 시간 갈색 나뭇잎이네

 

나도 내 삶의 무게를 견디며

시간을 뒤로 재는 길목에서

스러져가는 달맞이꽃을 보네

 

가을이 언제 또 꿈으로 영글지

낙엽 한 장 가슴 자락에 끼워 놓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