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文)
밤비 봄비
담우淡友DAMWOO
2025. 5. 3. 09:34
내가 사는 집들의 숲에는
밤에 비가 시작되면
그가 몰래 창 너머 젖어들면
잎사귀 잠잠한 집들이 깨어나
투둑 투두둑
평소 말 없던 지붕에서 거는 말
귀 닫은 반나절 긴 문이 여는 입
나비잠 뒤척이던 사람마저 쫑긋
가뭄에 메말랐던 민감 촉감 깨어나
오월의 신록을 머금은 아침
봄 이른 꽃들이 마친 서술 아래
푸른 낱말 촘촘히 적고 있는 집들의 숲을 건너
온몸으로 봄의 여왕 환영하는 산
섬섬옥수에 자지러진 나무들이 녹색으로 질리고
한 집의 나무에서 눈 뜬 나는
물관에 닿은 혈관으로 수유(授乳)를 시작
부푼 오월의 가슴에 숨이 막혀
나는 침엽이 되고 싶은 활엽입니다
한 그루의 신념으로 뿌리내린 행복이
시간 지긋한 그저 그러함
수다를 이어온 비가 낮에도 도랑또랑하면
다 젖지 못한 말투가 유연해진다
지구에 사는 평범한 나무로써
비의 말을 듬뿍 들으면 기한 없이 푸르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