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文)

나는 이 나라의 국민이다

담우淡友DAMWOO 2025. 5. 10. 09:19

 민초(民草🌱 a grassy people )라는 풀잎 아래서 흙냄새 맡으며 살아왔다. 삶은 계란처럼 삶이 익었을 무렵, 건물 우거진 숲에서 아스콘 냄새를 맡으며 살아가고 있다. 빽빾히 기어가는 차량의 행렬을 바라보며 가끔 벚나무 가로수의 연자색 꽃잎의 봄을 행복하게 느끼곤 했다. 깔끔한 포도(鋪道) 위를 발랄하게 오가는 사람들의 스마트한 옷매무새와 모습을 아웃도어 진열장의 마네킨처럼 바라보며 즐거운 마음이 화분의 꽃처럼 피곤 했다. 미세먼지 공중에서 참새와 까치가 나는 것을 놓치지 않고 쳐다 볼 수 있었다.

 조그만 미술학원에서 아이들과 티격태격 말이 되었다가 말이 안 되었다가 웃고 소리지르고 가끔 신경질도 내면서, 그림(畵picture)이란 이렇고 또는 저렇고 마스크 쓴 입술에다 침을 바를 정도였다. 30여 년 한 곳에서 그렇게 살다 보니, 그저 고만고만하게 살게 해준 마을이 고마워서, 거기에 사는 사람들이 감사해서 미술재능기부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살아가고 있다. 어쩌다가 문득 시의원, 시장 선거와 맞딱뜨려서 자전거 타고 마을을 돌며 민심을 가까이 살피는 인물에게 기꺼이 한 표의 권리를 부릴 정도였다. 눈부시게 발광하는 총선 계절이면 덩달아 으쓱거리며, 이 자(者) 아니면 저 자.....관상 볼 줄도 모르면서 선하고 허튼 말 적은 인물 골라 붉은 도장을 꾹 눌러 주는 재미를 즐겼다. 끽해야 내 나라의 수반(首班)을 뽑을 때면, 가장 거짓말이 적은 인물을 고르느라 경선 토론 미디어 화면을 재미도 없이 들여다 보았다. 나는 그 인물을 어느 정도 알아가지만, 그 인물은 내가 민초라는 신분으로 아스팔트 갓길의 씀바귀 혹은 민들레 풀잎 아래서 지나가는 고급 차량이나 최근 사양의 버스를 보며 사는 일개 국민이라는 것조차 모른다. 그런 인물에게 내게 한 표 뿐인 권리를 투표한 후 참......웃기지도 않는 기대(期待 expectation)를 가진다. 반짝반짝 빛나는 나라를 만들어가리라고 상상을 한다!

 나는 정치(政治)에 풀잎 만큼의 떨림도 없던 국민이었다. 어느 위정자가 정책을 소홀히 했던 간에 관심이 없었다. 뇌물을 받아서 뉴스에 오르내리면 흘깃 돌아다 봤다. 미투(me too)의 그물에 걸려 파닥거리는 인물이 화면을 장식할 때면, 얼굴에 씨익~ 미소 정도는 지을 수 있었다. 아주 드물게  객관적인 상황에서 진실하고 의연한 위정자를 마주할 때, 역시 '사람이 희망이야!' 회자되던 문장을 읽는다. 그 정도 이상도 이하도 아닌 국민이었다. 흔한 길가의 민초였다.

 그러던 내가 작년 끝 달의 초순 비상계엄이라는 국가적 상황에 '어, 저게 왜 지금 이 시대에?' 이상한 관심이 쏠린 이 후, 한 사람의 최고 위정자가 어떤 잘못을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하고 나면 무슨 오해와 질시와 원망이 생기는지.............지워지지 않는 '의문의 불신(疑問의 不信)이 매일 유튜브 화면에 도배되는 것이었다. 거짓과 음모가 어떻게 횡행할 수 있는지 정가(政街)의 위정(爲政) 알고리듬을 이해하려고, 아니 그 내부의 속성이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국민이라서, 한 쪽으로 수긍(首肯)이 쏠리는 확증편향(確證偏向)에 이어  죄우 양측의 표리(表裏)와 반목(反目)을 이해 못하는 인지부조화(認知不調和)에 시달리고 있다. 내 현재의 삶에 일도 가치를 더하지 않는 관심에 否 否  否  否  否 , not not not not 하다가,  不 不  不  不  不  不,  No! No!  No!  No!  No!만 뇌까린다. 

 진정 올바른 나라의 리더(leader)는 없는 것일까. 그도 호모사피엔스 후예다운 인물텐데 '바른 정치 이념에 생존할 수 없는 것일까?' 이런 의문 뒤에서 글나부랭이로 탄식이나 하고 있는 나는 어떤 위상의 국민일까. 흙냄새 가까운 지역에서 그림이나 그리며, 아침이면 드립퍼로 내린 커피나 마시면서 가끔 '삶이란 무엇인가' 설핏 상념에 잠기는 민초다. 국민(國民)이라는 이름 아래 풀잎같이 사는  한 잡초일 뿐이다. 풀 한 포기에도 한 생애의 옳고 그름이 병가지상사일진대...........나는 옳고 그른 적이 빼곡하더라도 이 나라의 주민등록번호를 가진  진짜 국민인 것이다. 나라에 관심을 가지는 건 백 번 당연한데 자꾸 마음이 언짢을 뿐이다. 겨우 언제가는 바른 리더가 출현할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을 가진다. 

 

 

 

나는 이 꽃 중의 한 송이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