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文)

5월의 靜物畵 A still-life picture

담우淡友DAMWOO 2025. 5. 20. 08:35

 푸른 달 5월의 신록(新綠)이 짙어간다. 녹색의 생생한 풍경이다. 햇빛에 반짝이고 바람에 펄럭인다. 살아 있는 풍경 속에 끼어 있는 대선정국(大選政局)은 살아 있는 풍경일까?////////////////////나는 이 시국(時局) 속에 투표(投票 voting)라는 붓(brush)을 가지고 있다. 대선의 풍경화를 그릴 수 있다. 한 획으로 스윽! 그릴 것이다.  내 마음의 도화지에는 '대한민국'이라는 확인 도장이 찍혀 있다. 아무 도화지가 아닌 무궁화 이미지가 전사되어 있는 300g의 흰 카튼紙(cotton paper)다. 마음이 잘 번지며 발색(發色-신념의 발현)이 양호하다. 일반 도화지보다 조금 비싸지만, 6월에 완성할 대선 풍경을 미리 스케치하고 초벌칠까지 할 것이다.           

 그러나 스케치를 시작하기 전에 경직된 풍경이 눈앞을 가로 막는다. 신선하고 푸르게 살아 움직여할 대선정국의 풍경이 정물화(靜物化) 되어 있다. 풍경으로써의 효과 보다 정물로써의 윤기가 더 반질거린다. 과일도 아니고 채소도 아닌 정물로 정국(政局)의 쟁반 위에 놓여 있는 것이다. 크고 잘 익은 사과가 아니다. 핑크 빛 색을 띈 복숭아일까? 유튜브를 뒤적인다. 익어가는 버찌일까? 인터넷 뉴스 화면을 좌로 쓸어넘긴다. 막 익기 시작한 오디 만큼도 아닌 정물들이 모니터 화면에 넘쳐난다.

 정물 a still-life는 다른 말로 an inanimate object  이다. 생명이 없는, 활기가 없다는 내용을 품고 있다. 대선 정국의 거리에 구르는 정물은 어떤 맛과 향기를 지니고 있을까??-------묻기가 두렵다.  

 5월의 초록 음성 보다 황변(黃變)으로 물든 언성이 울창하다. 둥근 청사과 한 알로도 숙성의 시간을 잃어버린 과실(果實)로 야망의 나뭇가지에 간신히 매달려 있다. 차라리 떨어져 푸른 잔듸가 자라고 있는 대지 위로 굴러가는 풍경이라도 되었으면......채색의 동기를 잊은 나의 붓은 붓통에 담겨 마음의 바깥을 우두망찰하고 있다. 자기만의 소신으로 따스한 햇살과 부드러운 바람으로 조용히 익어가는 과일은 없는 것일까. 다른 과일에 진물을 묻혀 상하지 않게 하고 함께 조신하게 가을을 기다리는 정물을 그리고 싶다.  

 어찌됐든 도화지를 폈고 붓을 들었으니 그림을 그릴 것이다. 내가 낸 세금으로 만들어진 투표용지에 황변에다 벌레 먹고 문드러진 곳이 있는 파치 하치 과일일지라도 가장 상태가 나은 것을 골라 붓질을 할 것이다. 국민의 세금이 아니면 저렇게 거리를 활보하며, 되는 말 안 되는 소리 포지티브 네거티브 아스팔트 위로 구르는 말풍선을 찔러 볼것이다. 한 폭의 맛깔스러운 정물화가 되기에도 부적절한 대선정국의 하치상품 과일을 비싸게 주고 산 내 마음의 카튼紙  위에 그나마 집중해서 그려 놓으리라.

 아마도 공시지가 높지도 않은 내 마음의 방 한 구석에 그림을 놓아 두면, 어쨌거나 실내 풍경의 한 귀퉁이가 될지도 모른다. 겨우 8절 크기의 희망화(希望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