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꾹, 5월
새벽 앞산에서 들려오는 뻐꾸기 첫 소리 듣는다. 4분의 3박자 뻐꾸기 왈츠를 생각한다. 뻐꾹! 4분의 2박자 안단테(Adante) 호흡이다. 빠르지 않을 걸 보면 산란할 둥지를 찾는 데에 급하지 않을 걸까. 천천히 붉은뺨오목눈이의 둥지 근처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오목눈이 그녀가 알을낳은 뒤에야 그녀가 잠시 먹이 외출 할 때 슬쩍 자기 알을 낳을 수 있다. 여의치 않으면 맷새의 둥지를 찾아야 한다. 다 작은 집들이지만, 자기 알을 맡겨 놓을 만큼 착하고도 어리석은 그녀들의 집이다.
자연님(自然 natuer)께서 아름다운 목소리는 주었지만, 집 한 칸 짓고 알을 낳는 소양은 심어 주지 않았다. 평생 남의 집에 알을 맡기고, 거기서 부화하여 새끼가 자라나도록 조금은 웃기는 본성(本性)을 심어 주었다. 불평을 한 적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신록이 푸르러 가는 5월 하순 점점 더워져가는 열기 속에서 새벽부터 '빠꾹 뻐꾹' 노래를 한다. 노래 가사 내용은 전후반 빤하다. 훤칠한 남친 하나 얼른 물색해야 하고, 탁란(托卵)할 집도 보야 둬야한다. 전세와 사글세 따위 신경쓰지 않지만, 후손의 미래가 걸린 '전망 좋은 집'을 찜해야 한다. 집 한 칸 없이 떠도는 운명을 노래로 승화 시킨 저력이야 인정하지만, 영끌, 빚투로 내집 마련에 고군분투하는 사람의 나라 5월에는 나라 수반(首班)의 뽑기를 앞두고좋은 빛깔의 살구알 같은 공약(公約) 주렁주렁 열리고 있다.공약(空約)으로 굴러 떨어지지 않을 언약을 들으며, "대한 민국 짜잔짠 짜짜"노래를 합창한다. 학춤(鶴춤)이 아닌 손뼉타악의 연주곡, 함성의 곡, 연호의 곡이다. 한 정객(政客)은 자기 집을 떠나 다른 어느 집에 신념을 낳을까, 맡길까 미디어 화면에서 날갯짓 푸드덕거린다. 알 대신 신념을 위탁하는 사람은 뻐꾸기 보다 비자연적(非自然的)이다. 자연님이 심어주지 않은 행짜를 부린다. 선거의 계절에는 신록의 푸르름이 없다. 날짜와 소신과 네거티브 교언(巧言)이 사막의 모래바람처럼 거리를 휩쓴다. 뻐꾹!
어느 정객의 신념이 부화하여 날아오를지 아직은 알을 품는 중이다.어느 뻐꾸기인가는 오목눈이, 멧새의 알을 밖으로 밀어내고 혼자 금력과 이념의 벌레를 독식하며 몸집을 불릴 것이다. 자연님이 물려주지 않은, 인위(人爲)와 인공(人工)의 이상(理想)을 노래할 것이다. 뻐꾸기처럼 영원히 집을 갖지 못하고, 영원히 누릴 수 없는 권력의 포장마차에서 떠돌이 질주를 멈출 것이다. 바퀴자국만 남아 개척의 희미한 향수가 사람과 도시의 숲에서 문득 미세먼지처럼 도시의 공간을 부유할 것이다. 뻐꾹!
남의 집에서 남의 엄마의 젖으로 자란 뻐꾸기가 다시 5월의 숲으로 돌아오듯, 날개도 없는 사람도 다시 선거의 계절 속에서 운명의 인성(人性) 및 야망을 이어갈 것이다. 어쨌든 사람도 자연님께서 낳은 자연물(自然物)이므로. 뻐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