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한 습관으로 지은 전봇대 위의 집은 엉성했다 그러나 단단했다 22킬로 볼트의 전선이 건드리지 못한 채 지나갔고 변압기도 위치를 변경하지 못했다 더불어 살고 있었다 전기가 불편했다 전봇대를 세운 사람이 갈퀴와 사다리차를 몰고 왔다 퇴거 명령서도 없이 철거 명령만 집행했다 보상은 논의조차 없었다 출산을 앞둔 채 시골로 낙향한 그 해 늦여름 아스팔트가 산중 컨트리 클럽으로 기어가는 길섶 미루나무 가지에 풀냄새 짙은 나뭇가지로 흙을 묻혀 새 집을 지었다 엉성해 보였지만 단단해서 바람이 그냥 지나갔다 미루나무가 터를 내주었다 흔들릴 때 부서지지 않는 집이었기 때문이다 세입자 수가 줄이든 공간이 광활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텃세를 받기는커녕 달세도 약정하지 않았다 전세 계약서는 양식조차 없었다 눈비가 들러 손님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