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나무 3

숲에서 나무가 되어

오월의 나무와 마주 설 양이면 질문하지 않는 대답을 준비해야 한다 나무처럼 푸른 적이 있을 텐데 왜 다시 푸르러지지 않느냐고 나무가 묻지 않는 질문을 할 때 적어도 다시 봄을 맞은 사람으로서 삶의 앞이 미세먼지 투성이어서 미처 준비 못한 색이라고 더 다채로운 낙엽을 짐작하기 때문이라고 오월의 나무 아래 서려면 이미 나온 대답을 내 놓지 않는다 들어 보지 못한 질문을 상상해야만 한다.

글(文) 2021.05.03

나무 읽기

나무를 한 권으로 읽기가 불편했던 우리는 그들이 잠적한 곳을 찾아 건널목을 건넌다 븕으락 푸르락 노려보는 신호등을 의식하면서 그들을 품은 한 건물 전체를 발견하고 달고 있는 이름표를 소리나지 않게 읽는다 소속 교실 학년 반 번호로부터 누가 어떤 성향의 녹엽 냄새를 풍기는지 살핀다 더 자세히 알고 싶을 때 그들이 꼼꼼히 필기한 학습 내용을 뒤적이며 노트 장을 넘길 때면 각자의 특별한 머리칼 냄새 옷 겉감과 안감의 섬유 내음을 가린다 난 테레핀 향 넌 린시드 향 농도가 비슷했으므로 그 중 누가 여기로 온 까닭과 우리들의 불편을 가장 잘 꿰뚫어 기술했을까 끌밋한 이름의 한 권을 눈여겨 본다 맺는 말을 파서 뿌리가 어느 쪽으로 긴지 잰다 마침내 그가 어느 흙에서 멀리 왔으며 어느 방향에서 가장 무성할 때 그 녹..

글(文) 2021.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