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낙엽 4

낙엽의 언어

바스락이 어원 낱말이긴 하지만 소리내지 않는 문장이 더 많은 낙엽 다채의 글자색이 내용 보다 먼저 읽히는데 지면을 페이지로 삼는 무리들 중에 단연 군계다 흰 학들이 긴 다리로 걸어와 말을 걸면 부스럭부터 운을 떼긴 하지만 날개는 없고 손이 있는 여러 마리들이 겅중겅중 낱자를 지어 배열하면 이루어진 색깔의 문장을 스스로 읽는다 나무에 매달려 나무를 대변할 때 한창 푸르렀다 나무를 계절에 맞춰 알리는 글이 대부분이었고 햇볕으로부터 받는 나무의 성장을 알렸다 가끔 순환과 반복을 혼동하는 바람이 속독을 했지만 속속들이 소리내어 읽는 비 덕분에 윤나는 글이 되었다 어느 곳에 매달려 살든 간에 삶은 견디는 것이지 살랑거리는 나뭇잎이 아니라고 서술했다 무릇 걸어가 발로 읽기가 습관이지만 손으로 꼼꼼이 짚어 정독하노라..

글(文) 2021.11.03

낙엽의 문법

첫 마디에 된소리를 넣지 않았다 말이 길지 않았으므로 중간에 굳어지는 발음을 낼 때는 갓길 따라 부는 바람을 사이 시옷으로 넣었다 속삭이는 때였다 귀 밝은 해가 중천에서 머물렀고 새들이 부리로 쉼표를 읽었다 가청 음역에 든다는 건 눈부신 관심이었다 더 작은 아파트로 이사를 할 때 들려오는 바스락 한 마디에 사춘기 맏이의 좁아진 눈초리와 새로 들어가는 현관이 좋아 우수수 떨어지는 동생들의 목소리 전세 문법에 맞추느라 목이 쉰 엄마 아빠의 설치음이 들어 있다 대출 상담에 앞니 쪽으로 모이는 모음과 서술의 어미 보다 꾸밈음 쪽에 강세를 두는 어중 경음화 현상이 돌아오는 길 모퉁이에서 목판체 주석으로 속삭였다 순환일 뿐이라고 주장하지 않고 바닥에 눕는 목소리에 입천장 닿소리가 껄끄러웠다 바꾸지 않았다 취소해서 ..

글(文) 2020.11.14

나뭇잎의 말

낙엽은 가지에 달려 있을 때 보다 많은 말을 한다 눈동자로 한 길 모퉁이를 불록쳐도 본체만체하지만 신발의 밑창으로 옆구리 한 곳만 클릭하면 응답이 바로 온다 가을 화풍 정기 작품 전시 일정에 따라 대지미술 모자이크 작업 중이라고 햇살이 지원하는 광합성이 끝나고 풍부한 색감의 표정을 짓기 위해 안토시아닌 복용을 늘렸다고 바람 도슨트가 작품 설명을 잘 할 수 있게 다중언어를 내장했다고 집까지의 거리가 너무 짧아 머뭇거리는 발길과 읽고 있는 책갈피에 서표가 필요한 눈길과 이메일 쓰기가 너무 건조해서 특별한 편지지를 찾는 맘길이 닿을 때 하나씩 집어가며 완성하는 작품이라고 눈으로 듣는 사람들과 부리로 읽는 새들이 참여한다 나는 맨발로 참석한다 낙엽의 말이 족궁을 지나 심장으로 연결 된 경락을 울린다 낙엽은 나무..

글(文) 2020.10.31

가을 여자

그녀는 기타 속에 들어 있는 낙엽을 줍는다 낙엽 속에 들어 있는 악보를 읽는다 소리로 전달하기에는 기타 줄이 제격이다 기타 줄에 낙엽의 악보를 주입한다 기타는 수동이지만 발성은 자동이다 그녀는 기타가 자기라고 생각한다 자기가 기타를 치니까 기타가 노래한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악보를 전송하고 기타는 수신한다 가을은 둘 사이에서 아무도 모르게 왔다갔다 한다.

2019.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