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바이러스 2

풀색 바이러스

풀색 바이러스 나무를 숙주로 삼고 있었다 겨울 동안 지면 아래서 렘수면에 빠졌다가 봄에 뿌리를 첫 감염의 풀랫폼으로 정했다 작년 실행 파일 빼곡한 기둥을 경로로 가지까지 이르는 회로에서 곁가지 하나 감염 완료할 때마다 꽃샘바람을 비프 음으로 활용했다 비슷한 시기에 서해를 건너온 코로나가 열아홉 왕성한 혈기로 사람을 검진하고 있었다 가지끝에서 발진을 시작했다 차츰 번져 나무 전체를 덮고 작은 풀까지 확진하더니 들로 산으로 번져 나가 연두색 올리브색 녹색 초록 기침으로 뒤덮었다 흥 흥 풀색 싱그러움을 앓아 뉘였다 마스크도 안 쓴 채 창턱에 앉아 햇볕을 임시 백신으로 접종하던 내게 각막에서부터 망막을 뚫고 어느 혈관을 타다 목덜미를 지나 위의 점막까지 다다랐는지 모른다 마신 녹차가 생각을 녹색으로 날염하 듯 ..

글(文) 2020.04.27

쉼 대기가 오랜만에 맑은 숨을 쉬고 있다 땅 위에 있는 길이란 길은 다 달리는 차의 뻔질나기가 줄고 굴뚝을 숙주 삼아 솟아오르는 매연이 증식을 늦췄다 공중에 기생하던 먼지가 순진한 대기에 밀려 확대 번식에 제동이 걸렸다 차를 몰고 공장을 가동하며 먼지를 떨어내던 사람들이 과잉 동작을 멈췄다 어디에 잠복해 있던 제어 장치가 가동된 것일까 개발과 문명도 이루지못한 정화 프로그램이 실행 되고 있다 선한 인공지능이 임시 저장해 두었던 갱신 알고리즘에 접속 중이라면 사람 위의 아득한 개념이 예비해 두었던 계획을 이제야 가까이 풀어 내는 중이라면 열아홉번 째 세부 항목이 지구에 도달해서 개념의 균형을 서술하는 문장력에 대한 치명적인 경외 파일을 내려받는 위험 따위 감수하리라 끊임 없이 지구의 성장을 닥달하던 사람들..

글(文) 2020.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