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박권숙 2

뜨거운 묘비

뜨거운 묘비 -朴權淑님 조담우 국판의 사이즈로 반듯하게 세운 한 권 지상에 꽂아 두고 간 그녀의 비문에는 한 생에 뼈를 갈아 쓴 필적이 선붉다 조용히 촛불 켜고 심지 돋워 읽으면 한 줄 한 줄 인용구로 타오르는 문장이 대지에 쏟아져내리는 햇살인양 뜨겁다 하늘 어느 간이역 기다리는 님을 만나 그리운 날의 저녁 놀을 새겨 두고 왔어요 영원한 그 품에 안겨 다음 생을 열었다

글(文) 2022.03.09

시조 시인 박권숙

시조의 심금이 가야금 같았던 박권숙님이 2021년 6월11일 지인들 아무한테도 알리지 않고 생애의 간이역에서 먼저 떠난 아버지를 따라 지구 밖으로의 긴 여행을 떠났다 출발 날짜는 알려졌지만 돌아올 날짜는 친지들조차 알지 못했다 지구는 한 사람을 비우는 대신 또 한 사람을 채운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었지만 어떤 사람은 비우지 않아도 땅의 질량이 변하지 않으며 발자국조차 바람같이 전혀 무겁지 않으리라는 걸 또 알고 있었다 시조 한 편 한 편이 여행의 시간 보다 무거웠던 박권숙님 돌아올 때 꼭 문자 주세요 아버지를 만난 시조 한 편 읊어 내려주세요 하늘 간이역에서 잠시 정차하고 있을 님에게 어느 꽃 홀씨 담은 문자를 띄운다. 하늘 간이역 문자 몇 잎 매단 가지 푸르러져 갈 때 늦은 시간도 아닌데 서둘러 꾸린..

글(文) 2021.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