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의 심금이 가야금 같았던 박권숙님이 2021년 6월11일 지인들 아무한테도 알리지 않고 생애의 간이역에서 먼저 떠난 아버지를 따라 지구 밖으로의 긴 여행을 떠났다 출발 날짜는 알려졌지만 돌아올 날짜는 친지들조차 알지 못했다 지구는 한 사람을 비우는 대신 또 한 사람을 채운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었지만 어떤 사람은 비우지 않아도 땅의 질량이 변하지 않으며 발자국조차 바람같이 전혀 무겁지 않으리라는 걸 또 알고 있었다 시조 한 편 한 편이 여행의 시간 보다 무거웠던 박권숙님 돌아올 때 꼭 문자 주세요 아버지를 만난 시조 한 편 읊어 내려주세요 하늘 간이역에서 잠시 정차하고 있을 님에게 어느 꽃 홀씨 담은 문자를 띄운다. 하늘 간이역 문자 몇 잎 매단 가지 푸르러져 갈 때 늦은 시간도 아닌데 서둘러 꾸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