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일찍 빛을 끄는 세밑 밤에는 조명을 끈다. 지나온 날들 중에 한 곳을 비추면, 드러나선 안 될 時와 時 사이, 分과 分 간격, 질러대는 시침 분침 따가와, 마구 미는 초침에 가쁜 숨이 드러나. 스폿 라이트 대신 촛불 하나 켠다. 책상의 둘레가 사각 방을 채우고 전등빛에 눈이 부셨던 책들이 깨어난다. 책은 친구가 아니다. 눈 안부신 촛눈에 눈을 크게 뜨고 내가 모르는 현재 시간 읽어 준다. 책의 언어는 구어체가 아닐 때, 문어체로 양양할 때 촛농도 조용히 흘러내린다. 책날개 모서리에 액상 크롬 철물로 다가와 글자에 힘을 싣는다. 나는 2022년 그 년한테 바람을 맞을 때 힘센 고딕체를 읽고, 그 년으로부터 키스를 당했을 때, 우아한 궁체로 입가를 서술한 것. 나는 그 플라우어 쉬폰 스커트 자락에 잠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