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앞 전신주 위의 까치 부부네 집에 구름 낀 새벽이 조용하다. 영하와 한풍이 행짜를 놓아도 설 아침은 전선을 타고 그 집에 온다. 까치의 설빔은 블랙 쉬폰 블라우스에 흰 카툰 스커트 차림의 아내와 같은 색의 슈트에 흰 바지 차림의 남편은 평상복 그대로다. 잠깐 내린 비로 클리닝을 하고 스쳐가는 눈송이로 먼지를 털었다. 평복 차림이 여느 때와 다르게 말쑥하다. 남편의 고향은 동쪽 골짜기 자작나무 숲 어느 우둠지다. 아내의 고향은 서쪽 지방도로변 미루나무 어느 꼭대기다. 아침엔 동쪽으로 세배를 갔다가 오후엔 서쪽으로 세배를 갈까. 정월 초입부터 베갯머리 갑론을박 치열했지만, 어느 쪽에도 부모님은 안 계신다. 막내작은 아버지와 큰 고모네 집에 액정화면 인사나 전하지. 새로 장만한 스마트 폰이 세뱃돈 만큼 깔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