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수채 정물화 26

정물 사진 정물화

실물 과일과 그릇을 설치해 놓고 그릴 여건이 되지 않을 때가 있다. 과일을 오래 놓아 두면 상해 버린다. 과일을 우아하게 받쳐 줄 그릇도 어울리는 게 흔치 않다. 그럴 때면 인터넷 이미지 사이트를 뒤진다. 깜찍한 구도(構圖 composition)를 갖추고 맛깔나게 조명한 사진이 넘쳐난다. 색깔과 내용이 변하지 않는 사진을 다운 받아 화면으로 보면서 천천히 오래 작업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지는 이미지다. 실물이 풍기는 현실감(現實感 the sense forthe real)-리얼리티(reality)을 살리기에는 역부족이다. 실물(實物)과 나(我) 사이에 투명유리처럼 끼어 있는 이미지가 바로 사진(寫眞)이기 때문이다. 평면회화와 유사한 성질을 가졌으면서도 다듬어진 이미지로 밖에 그 이상의 표현 동기를 주지..

수채 정물화 2025.05.04

정물화의 Touch by touch

'Touch by touch'는 팝송 제목(https://youtu.be/I0LBkvMFiDA)이다. 1984년 오스트리아에서 결성된 3인조 밴드 JOY가 부른 춤곡인데 정물화(靜物畵)와 뭔관련? ㅋㅋ~ 가사 중 'skin to skin' 을 보면, 붓과 스케차북의 '닿음'과 '닿음' 닮아 있다. 점묘(點描)로 채색할 때, 붓 자국 하나 하나를 '텃치'라고 명명한다.  'Touch by touch'를 보면 붓과 스케치북이 닿을 때마다 그림이 되어가는 '짜릿한?' 기분을 느낀다. 미술용어에도 없는 이 'Touch by touch'가 우리 미술학원의 점묘법 수채화의 용어가 된 연유에는 재미 교포 8힉년 학생의 점묘법에 관한 상태를 'Touch by touch'라고 언급하는 바람에 선택된 문구지만, 잘 어울리..

수채 정물화 2024.05.02

바이올린이 있는 정물화

하이든의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 C 장조 (Hob. VIIa/1)...바이올린을 넣은 정물화를 그릴 때, 이 음악을 켰다. 음악을 들으며 그림을 그려나갔다. 그냥 바이올린을 그릴 보다 바이올린과 관현악의 하모니를 즐기며 그리는 그림 작업은 아주 괜찮은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다. 하이든을 잘 모르고, 협주곡의 내용을 모를지라도 흐르는 선율만으로도 좋은 기분을 얼마든지 느낄 수 있었다. 그림과 음악은 퓨전 음식처럼 맛깔스럽게 어울리는 관계임에 틀림없었다. 음악이 있어서 그림 작업이 즐겁고, 그림이 있어서 음악이 한층 깊어진다. 협주곡의 도입부 악보를 그림 배경에 그려 넣었다. 악보와 선율의 잘 어우러짐을 그림 속에 충분히 표현하지 못했지만, 다음 작품에 선율의 흐름까지 잡아 볼까 생각했다.

수채 정물화 2022.10.06

국화에게

춥지, 햇살 한 겹 벗어 줄게 내 등에 앉았던 아침이야 침대 머리맡까지 와서 베개 밑으로 맨손 집어 넣었지 그녀의 체온 쯤 귓불 대지 않아도 아늠살 위로 눈꼽 굴리지 않아도 밤을 견딘 내가 네게 주지 못할 이유 또 주고 싶은 내 맘 안 쪽 한 옹큼 미적댈 만용 같은 거 없지 비록 거리의 시선 단풍 드는 현관 앞에 너를 세워 놓는 우리의 관계 서리 하얀 아침 풍경이지만 내 맘의 물기 반 넘게 주면서 신발장 앞에 들여 놓는 저녁까지 나시 탑 상의 눈부신 너를 잠시 잊을 거야 가끔 널 생각한 적이 없으니까 곧 정오가 따스할 것 같다.

수채 정물화 2021.11.13

장미 수채화

5월에 핀 장미가 6월이 가기 전에 자꾸 시들어서 꽃병에 옮겨 꽂은 장미조차 얼마 안가 시들 예정이어서 스케치북에 그려 두면 안 시들겠다 색깔도 변하지 않겠다 예정된 추측이지만, 현실은 언제나 그림 같은 것 시들지 않아서 진짜 꽃이 아닌 걸 모른척 한다 꽃이라서 시든다는 명제 아래 꽃=꽃이다 꽃은 다 시든다는 결론을 불러온다 다시 피기 위하여 지는 꽃.

수채 정물화 2021.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