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글(文) 238

가을

아침부터 구름 양떼가 몰려가는 하늘 초원 목자는 보이지 않고 까치가 소리치네 목줄에 달려 산책하는 개는 관심도 없네 양떼는 동쪽으로 가고 있네 도시 저 편 산 너머 다른 초원 있나 보네 지상의 풀밭이라면 입 없이 얼마나 뜯겠나 구름 양떼는 하늘만 먹고 사네 몸 가벼워 소리없이 이동하네 땅에는 사방을 인파가 물결치네 풀만 먹고 살 수 없는 무리라서 초원 보다 식당이 많네 서쪽으로 갈 때 더 많이 먹네 당근 잘 먹는 말도 살찌는 가을이라네 쌈박질하는 나라에는 포연이 붉네 화약 냄새 좋은 먹거리는 나쁜 심뽀가 푸짐하네 할수없이 대응하면 먹지 못한 밀알이 상하는 심정 올가을은 남는 것이 불행한 시국이네 인파를 모는 붉은 목자는 양복을 입었네 땅에서 밖에 길 없는 초원의 망아지네 동쪽 햇살에 닿은 구름 양떼는 입..

글(文) 2022.09.28

천변공원

그 공원에 가면 자기가 하는 말에 아무도 대꾸를 하지 않아 자기가 응답을 하는 분수가 있다 나무들이 가만히 서 있고 의자와 잔듸들도 잠잠하다 그네가 있는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말 소리 내고 있지만 분수가 하는 말은 귓등으로 넘긴다 분수는 목청껏 말하는데 무슨 말인지 귀 기울이는 사람도 잘 모른다 더운 바람이 뭔가 아는 눈치로 분수 곁을 지나가면 분수의 말투가 슬쩍 흔들린다 바람은 댓글도 없이 가버린다 분수의 말을 받아 적는 수면이 가장 잘 알아듣는 듯 윤슬 반짝이며 물결 짓는다 귀 없이 꼼꼼히 알아듣는 걸 보면 자기들끼리 통하는 언어가 제법 푸르다 사이사이 삽입 되는 새들과 매미의 참견이 겉돌지만 초록 빛깔로 동색이다 그 곁에 말없는 베롱나무 꽃이 얼굴 붉다 분수의 시원한 말 속에 은밀한 고백이 들었을까 ..

글(文) 2022.09.20

커피 내리는 시간

창밖으로 본다 내리는 비를 비가 내리고 커피가 내린다 비는 건물 벽에 금을 그을 때 '보인다'의 실금이다 커피는 포트 바닥에 고일 때 '내리다'가 보인다 한국의 경북 북부에 내리며 아프리카 중부 오른 쪽 사막을 보인다 원주민의 피부가 초콜릿 감촉이다 *분나(커피)에 젖은 옷자락이 내 유년을 펄럭이는 누이의 치마 같다 성당 벽 스테인드글래스 눈빛을 한 미사에서 *베아트리체를 처벌한 *교황에게 그은 X표 성호 그는 커피한테 세례를 주고 날개돋친 면죄부가 하늘을 잔뜩 흐렸다 커피가 수녀의 옷을 적시며 비가 창밖에 내린다 죄 없는 누이의 묵주처럼 또륵또륵 금을 긋는다 금은 지우는 권력이다 창밖의 비가 나뭇잎에서 오늘의 구슬로 구르고 사막의 커피는 바다를 건너와 방울방울 고인다 도기 컵 안으로 세게 내린다. 원주..

글(文) 2022.09.05

무료로 얹혀 사는 마음

DAUM에서 T-스토리로 이전하라고 했을 때, 기분이 좀 그랬다. 관리비 한 푼 안내고 살다 보니 '저 쪽으로 가라'고 하는 말이 썩 기분좋게 들리지 않았다. 주인장이 어떤 처지나 사정이어서 부득이 그랬다손치더라도 '저 쪽'을 가리키는 방향이 아스팔트 도로라도 이삿짐을 옮기는 짐수레가 꽤 덜컹거렸다. 무료로 얹혀 살면서 내가 한 일이라곤 여러가지 데이터를 만들어 이 방 저 방 꽉꽉 채우는 짓 뿐이었는데 그게 주인장한테 무슨 덕이 될지는 전혀 알수 없었다. 데이터가 값이라도 짱짱해서 주인장이 원하는 결과를 얻는 헛간의 무슨 곡물이라도 되면 모를까 돈이 될만한 테이터를 생산했다는 기억이 전혀 없었다. 넓고 너른 공간을 맘껏 쓰고 있었는데, 저 쪽으로 가라니까 지레 소침해져서 계륵이라도 되면 모를까 잡동사니 ..

글(文) 2022.09.03

블로그 새 집

무료 임대주택 DAUM 블로그에서 이 곳 T-story 새 집으로 이사 가라고 했다. 집세 한 푼 안내고 살다 보니 가라고 하면, 예, 하고 가는 입장이 되었다. 새로 이사 갈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일이었다. 하지만 정이 쩔다 못해서 블로그를 버릴까...욱! 했지만, 가진 게 살아온 데이터 뿐이니 이 걸 버리면, 내가 살았던 SNS 사회생활의 궤적이 사라지는 것이었다. T-스토리라는 새 집에서 다시 이어갈 사이버 생활이 기대 반 설렘반, 주인장의 환영 인사를 받았으면서도 서먹하다. 전 블로그에서 해오던 짓을 셔츠 앞 단추 풀고 두 다리 쭉 뻗은채 계속하기가 선뜻해지지가 않는다. 뭣땜에? 콕 집어 말 할 수 없지만, 하여튼 얼굴 없는 새 주인의 익명성 실존을 느끼기까지 짧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

글(文) 2022.09.02

집중호우

나의 건기는 스무 고개 넘을 때부터였다 자작고개 넘은 아침엔 조금 흐렸고 뺑치고개 넘어올 때 여름이 깊었다 우기로 접어들 기미가 뒷산을 넘어왔다 밤나무가 먼저 이슬에 젖었고 꾀꼬리가 햇살을 물어다 음표를 걸었다 빗방울은 연주 되었다 쟁반에 구르는 개복숭아 같았다 서른 강을 건널 때 윤슬이 수면을 덮었다 그 여름이 열 번 우기를 연습했다 마흔의 바다에 달이 조금과 사리를 부추겼을 때 해파리도 상어도 습기를 채우지 못했다 세월은 가뭄처럼 건조했다 쉰밥을 먹어도 배탈이 나지 않던 수십 번째의 여름 어딘지 모르게 땅이 아프다는 전갈이 종종 건기의 발열과 우기의 확진을 징검다리 건넜다 아마 하늘이 땅을 보고 울었을 것이다 나의 식사는 언제나 쉰내가 났고 땡볕 여름이 반복하여 땀범벅일수록 온난화의 수은주는 숨을 헐..

글(文) 2022.08.16

자기기입식조사보고서

코로나가 열아홉 번 우리 집 앞을 지나갔다 이 십 다시 이십 일로 인을 친 현관을 슥 훑어보고 슬기로운 방역 생활 안내 설명을 읽었을 것이다 어느 항목에서 빈틈이 붉었다 더블 베이컨 샌드위치의 짠맛을 보았다면 탑승할 우한 행 항공편 예약했을 것이다 초여름 느슨해진 손소독과 흘러내린 마스크 바람을 들이키는 폭염에게 작업을 걸었다 실외기 연결선을 따라 집 안으로 들어왔다 증상이 증식을 시작했다 주말이 도망을 쳤고 격리가 몰려왔다 주사기가 세 번 팔죽지를 찌른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고 후유증이 부리는 기승에도 도피 따위 사실 없이 선전한 전력이 소소한 여름 마침내 코로나가 우리들 머리맡까지 점령한 전황을 작성한 보고서 낱낱이 방역 지휘 사령부에 제출했다 이천이십이 년 칠월 삼십일일 아침 수복할 때까지 생활 전선..

글(文) 2022.08.08

중앙시조백일장 7월 장원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90187#none [중앙 시조 백일장-7월 수상작] ‘상가 선박’ ‘열섬 항로’ 여름밤 표현 빼어나 ‘거리의 상가 선박’, ‘열섬으로 잡은 항로’, ‘하늘 길 등대로 뜬 달’ 등 빼어난 표현과 더불어 시조의 정형과 리듬을 익힌 솜씨가 믿을 만하다. ‘무화과꽃 여인’은 묵직한 내용을 다루 www.joongang.co.kr 중앙 시조 백일장 [중앙 시조 백일장-7월 수상작] ‘상가 선박’ ‘열섬 항로’ 여름밤 표현 빼어나 중앙일보 입력 2022.07.28 00:01 업데이트 2022.07.28 00:32 〈장원〉 여름밤 조성연 뜰안채 우방 화성 금류 한일 아파트호 고층 선실 불을 켜는 크루즈 출항 준비 거리의 상가 선박도 집어등을 밝힌다 ..

글(文) 2022.07.28

녹색 잉크로 말미암아

갈대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았다 또 한 해의 일기를 꼼꼼히 적으려고 무수한 펜촉을 새로 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촉 끝을 뾰족하게 갈았다 쉬지 않고 햇살에 벼리는 동안 푸르게 단단해져 갔다 비를 머금어서 잉크로 저장하고 녹색으로 짙어 갔다 적는다는 건 운명이었다 물가의 모든 대지에 날을 적고 달을 쓰고 펜대로 자라는 식물의 지순한 목적이었다 나눔이었다 초록으로 적어간 글자들이 물가에 넘치고 대지를 뒤덮어 잉크가 떨어져 색이 변할지라도 갈대는 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마른 펜촉 소리를 내며 무수히 써 제낀 문장들이 어떻게 물가의 대지에 생의 의미를 읽히는지 바람에 꺾여도 음성의 기록을 멈추지 않았다 녹색 잉크로 다시 쓸 때까지 갈대이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글(文) 2022.07.17

여름 K-팝

첫 스타 출현 말매미 케이 팝 여름 페스티발 시작 되었다 메인 조명 태양은 무대 곳곳 눈부셨고 이따금 잔잔한 바람의 추임새는 입김 더웠다 새들의 코러스는 박자를 놓치지 않았다 차들의 안무는 빠르게 지나갔고 초록 짙은 소나무와 느티나무의 대형 무대장치는 낮은 철죽 소품과 베롱나무 진분홍 꽃 도구와 어우러져 무대 천정까지 솟아오른 메타쉐콰이어와 멋진 조화를 이루고 흰구름 하늘 먼 배경이 깊은 분위기를 돋우고 있었다 티셔츠에 반바지 차림의 관중들은 녹음 드리운 객석에 앉아 부채질을 하며 듣는둥마는둥 스타의 그렇고 그런 노래에 귓바퀴를 굴리지 않았다 키큰 아파트와 주변의 낮은 상가건물들만이 꼼짝하지 않고 네모진 눈을 깜박이며 듣고 있었다 오히려 무대 배경의 나무와 꽃들이 잎사귀를 기울이고 애매미와 참매미의 출연..

글(文) 2022.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