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11

봄 설

물어 볼 경로가 해시 태그 뿐이라서 직접 나무와 건물 벽들을 클릭해 보았네요 한냉전선에서 눈바람과 혼전을 벌이고 있던 봄이 햇살 이미 온난전선 쪽으로 기울고 망설이는 삭풍 사이로 몸을 밀어 이왕 설에 직계들이 가볍게 오듯 따라오기로 했나 해서요 나무와 건물의 남향 벽도 내 생각 같은 표정 아직 꽃시샘 잎시샘이 행짜를 부리겠지만 격리가 우선 백신이라고 코로나가 귀띔하는 길목에 맞장구치는 현수막이 낭창하니 한가롭더라고요 고향 못 간 내 맘을 읽기나 하듯이 한두 곳 아니게 바람결조차 부드럽더라니까요 잠시라도 입 막았던 마스크를 열고 조금 시린 공기나마 설빔처럼 마셔 보게 꽃무늬 플레어 스커트 자락으로 미세먼지 털며 그녀, 봄 여친이 사르라니 오기로 했나 싶어서요 두터운 잠바 괜히 입었다고 투덜이하며 거리 일 ..

글(文) 2021.02.13

격리 된 봄

격리 된 봄 나뭇가지와 헤어져 땅으로 내려간 흰 꽃잎 위에 우두커니 서 있는 목련나무가 미열 때문인지 수척하다 신경도 안 쓰는 참새들이 재재거라며 이리 날고 저리 날고 막 새잎 돋는 회화나무 가지는 작년에 치장했던 생기의 삼십 프로 칠십 프로 하위까지 예상을 넓히고 있다 녹색을 가득 채운 회양목 곁에서 풍성했던 노란 미소를 접고 있는 개나리와 매실의 기억이 시큼했던 매화나무, 시큼 달달했던 산수유나무가 코로나 음성 판정 이후 얼굴에 덮여 있던 수심을 걷어내고 있다 세 번이나 개학이 미뤄진 학교 담장 울타리에는 붉은 장미 새 순이 한 뼘 고개 들고 겨우내 동심을 지켜온 소나무가 증상을 이겨낸 어두운 녹색 바래지 않았다 언제 운행을 시작할지 꿈을 꾸는지 아침 햇살에 이마가 빛나는 어린이 보호차량 소방도로 가..

글(文) 2020.04.09

벚꽃 지는데

가로수 벚꽃이 나뭇가지에서 지상으로 내려온다. 눈부셨던 어제가 아쉬운 걸까 바람을 발레리노의 안무 삼아 쿠페(coupe) 다른 꽃잎을 지나 긴 허리선 그으며 파세(passe') 벚꽃 발레가 바닥으로 잦아드는데 코로나의 군무는 막간도 없다 음악도 없이 커튼 콜 연속이다 마스크로 봉쇄한 입에서 코로나가 싫어서 나오지 못한 꿀잼의 수다를 참는 사람의 말들이 웅얼거린다 투명 망토 두르고 마스크 외벽까지 다가온 코로나가 말의 틈새를 노린다 된소리의 자음을 언제 하나 박아 넣을지 받침 없는 모음의 말들을 검진하고 있다 확진에 밑줄 친 모음이 벚꽃 따라 바닥을 미끄러진다 변종의 안무를 추는 바람과 조명을 맡은 햇살 마스크의 장벽을 믿는 말들이 수런대는거리 벚꽃 지는데 코로나는 더 피고 있다 코로나의 마지막 춤사위는 ..

포토샵 2020.04.03

자작나무 봄길

그래, 가만히 앉아 기다리지 말자 오는 봄도 맨발로 나서 맞으면 천천히 오다가도 서들러 오겠지 자작나무도 새순 밀어 맞고 있는데 바람도 나뭇가지 빌어 손 흔드는데 나도 가슴 내밀어 봄을 끌어안을 준비를 하자 두꺼운 옷 벗어 버리고 봄이 다가와서 스킨쉽하도록 드러난 팔목과 종아리를 내놓자 봄은 좋은 곳 싫은 곳 가리지 않고 오는데 햇살 환한 쪽으로 우선 가보자.

수채 풍경화 2015.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