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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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매미와 커피

커피 잔을 기울이 때집 앞 공원의 나무에서 매미가 노래한다에티오피아 아리차 워시드 예가체프 G1혀 안에 드는 신맛과 은은한 단맛 뒤에 풍기는 쓴 맛이 덜하지만 향기가 목화송이 같은 이 커피를 나누어 준 지인의 마음이 내추럴한데워시드아프리카의 이상 기후를 씻은 것일까이탈리아로 지중해를 건널 때해풍에 몸을 담근 원두의 향취일까아열대로 접근하는 내 나라 김천으로 올 때추풍령 고갯마루의 달콤한 바람을 쐬었을지도 몰라지인의 집에서 행복한 손길이 더해져그렇게 내 마음가운데를 흘러 아찔한 카페인이 여울졌다 다시 노래를 시작한 매미소강상태의 장마전선 구름 뒤로 햇살이 금빛이다매미의 여름 케이팝 섬머SUMMER를 들으며 여울 끝의 한 모금 커피를 비운다.

글(文) 2024.07.26

고향집의 돌계단

고향집 이 돌계단을 오르면 뒤란에서 뒷산 산부리로 이어지는 뒷뜰에 닿는다. 산당화와 앵두나무가 있었고, 토끼장도 있었다. 노간주 나무를 심어 울타리르 세웠고, 그 사이를 빠져나가면 밤나무와 활엽수 잡목이 우거진 뒷산 기슭이었다. 봄여름이면 산토끼마냥 숲을 누볐고, 가을ㅇ면 떨어진 밤을 주으러 다람쥐와 경쟁을 벌였다. 돌아올 때도 따끔거리는 노간주 나무 사이를 비집고 산부리를 내려오면 이내 이 돌계단을 깡총깡총 내려와 안마당을 가로질렀다.계단 옆의 일부 무너진 돌담은 할아버지와 아버지 대를 지나 아직도 그데로 뒤란을 지키고 있다.

커피 원두가 아침을 건너올 때

내 마음에 커피 나무가 흔들리네가지마다 열리는 커피 빈들이 이국의 강렬한 햇살을 딸랑거리네소리에 끌려 열매를 따는 검은 피부의 손길하얀 덧니가 예쁜 여인이 떠오르네태평양을 건너오네시크릿 쥬쥬 닮은 여인의 집에서마음의 향기와 미소를 블렌딩하면장마전선 너머로 번지는 7월의 전승기록점령한 도시의 카페마다아름다운 바리스타가 춤을 추네커피 내리는 드립퍼마다 맑은 리듬 흐르네마법의 잔에 향기넘처 찰랑이며닿는 입술에 황홀한 시간 맴돌면Oh, verry verry nice!나는 천상의 커피 끽다이스트(喫茶ist)흠향의 빗방울이 후드득거라네.

글(文) 2024.07.09

철로 위에 詩가 놓이면

무궁화 필 때                                             조담우  왕복 진입로 길이의 된장독 열 사이에서 뒷산 등에 얹은 어머니는 일일이 덮개 열고 소금빛 햇살을 넣는다   그녀의 손에서 출발한 장은 택배 상자에 실려 장을 먹고 사는 나라 집집마다 문앞에서 내리고 잘못 내린 적이 없는 맛과 향이 고스란해  수송 역사상 오래 정확한 맛의 도착들이 이루어진다  출발 예약을 저장한 장독 대열에는 도드라지게 지켜 온 자리가 차란차란 견고하다 한 점에 닿을 선을 품고 있다  주문과 운송이 두 줄로 곧은 열의 끝 끝에서 어머니가 깜박 사라질 것 같은 적이 있다 엄마 내일 둘째 누나 생일 뜸했던 아버지 집에 가요 작은 단지에 담아 놓은 장의 용량에는 평생을 평행으로 달려온 ..

글(文) 2024.07.04

詩 6월을 보내며

바뀐 세월의 귀 언저리에서                                      조성연  1   어렸을 때는 3학년 1학기 도덕책을 책가방에 넣으며 아비가 보초섰던 땅굴 얘기에 자랑스럽게 발표한 숙제를 마무리 짓던 코흘리개가 저렇게 커 버렸다  먼지를 투덕이며 달려오는 군화 소리 뒤로 넓은 연병장의 하늘이 파랗다 자, 이거 엄마가 빚은 인절미다 같이 오려했지만 기침이 도져 먼 길 찬 새벽에 주저앉은 어젯밤 네 장거리 전화에 티슈 몇 장을 적셨다 이 말 하면서 3학년이 돼서도 잠자리서 엄마귀 만지작거리던 녀석이.... 가거든 아직도 밤마다 엄마 귀 필요하냐구 슬쩍 물어 보라고   아비 앞에서 충성! 하며 거수경례를 하는 얼룩무늬 이등병 얼굴은 애인 미스 강을 ..

글(文) 2024.06.30

임도(林道)가 있는 산길

김천 증산면 황점리 어느, 산길을 돌아가는 임도(林道). 길가에는 박석을 깔아 놓은 배수로가 나 있고, 왼쪽 산부리에는 산사태 방지용 콘크리트 벽이 둘러쳐져 있다. 침엽수와 울창한 활엽수가 아기자기 우거져 있는 무인산중(無人山中)조용한 기운이 느껴진다. wet on dry기법으로 touch by touch(?)...점묘법으로 다소 텃치가 거친 질감의 픙경화. 한편 서툰 아마츄어 솜씨지만, 전체적으로 갈색 톤의 주조색에서 느껴지는 평온한 분위기가 미숙함을 커버해 준다.

수채 풍경화 2024.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