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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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법칙自然法則

새벽 인시(寅時:4시경). 뻐꾸기가 울고 있다. 4/2박자 노래가 아니다. 뻐뻑꾹 4/3박자 왈츠는 더더욱 아니다. 앞산 숲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아득히 먼 꿈길 같은데...6월 하순 이맘 때면 붉은머리오목눈이 둥지에 몰래 낳았던 뻐꾸기 알이 부화 되어 한껏 자라고 이미 둥지 밖으로 나왔을 것이다. 가끔 오목눈이 둥지 근처로 와서 지켜 보며 알이 깨어나기를 기다리곤 했다면, 유전자(遺傳子)의 로드맵을 따라 당연한 상봉을 했을 텐데.....기쁨의 노래일까? 내 마음의 새벽에 노래가 들어 있지 않기 까닭일 수도 있다. 사람의 삶이란 가끔 노래가 켜지지 않는 낡은 컴퓨터 같을 때가 있다. 조용한 새벽에 음악 한 줄 없이 꿈길 같을 때 아련히 들려오는 뻐꾸기의 4/2박자 가락이 애닯게 귓전을 맴도는 것이다...

글(文) 2025.06.24

바다로 가자! Let's go to the sea!

장마전선(積雨前線)의 선황(線況-戰況)이 오르락내리락 저기압과 고기압의 선투(線鬪-戰鬪)가 한창이다. 바다로 갈 상황이 아니라는 걸 뻔히 알면서 " Let's go to the sea! " 개쩌는 영어로 외친다. 바다가 비키니 차림으로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망상 앞에 두터운 먹구름이 근육질 몸으로 버티고 있다. 녁석을 냅다 밀치고 눅눅한 아스콘 바닥 도로를 내달릴 만행도 저지르지 못하면서 두 짝의 주둥이만 닥달한다. 가볍고 나약한 내 주둥이를 나무라지 않겠다. 머릿속의 언어담당 뇌신경이 지나간 기억을 잘못 불러와 각막의 화면에 띄워서 벌어진 사단일 텐데...그럼 그걸 사주받아 소리로 변환한 가슴 어느 부위에 꿀밤을주어야 할까. 툭, 간드리기만 해도 양쪽 관자노리 위로 악랄한 뿔이 돋을 것 같다. 가긴 갈..

수채 풍경화 2025.06.22

장마 霖雨 long spell of heavy rain

임우녀(霖雨女). 그녀가 돌아왔다. 삼단 머리채 빗발 죽죽 늘어뜨리고 맨발 찰랑이며 물기 흠씬한 드레스 차림으로 왔다. 목 언저리의 레이스 무늬는 그대로지만 수분 함량이 백퍼를 넘었다. 조금만 닿아도 내 발부리가 젖는다. 막무가내로 기대어 오는 내 어깨가 금세 축축하다. 정신 나갈 정도로 그녀를 사랑한 적이 있다. 고향집 안마당에 그녀가 내리면, 개구멍을 빠져나가 밖깥마당 가장자리 배수로에서 물미끄럼을 탈 때, 막내삼촌이 만들어 준 수수깡 물레방아를 요염하게 돌렸다. 물레방아를 돌리는 매끄럽고 서늘한 그녀의 섬섬옥수를 들여다 보고 있다가 슬며시 잡으면, 신경섬유를 타고 측두엽까지 오르는 촉감이 정수리에서 아찔하게 소용돌이쳤다. 어깨가 젖고 바지 무릎이 온통 그녀의 침샘으로 빨래가 되는 것도 모르고, 맨..

글(文) 2025.06.21

소쩍소쩍

밤이 깊어 목까지 잠겼을 거야짝의 마음 바닥에 발가락 닿지 않아솟을 적 내릴 적젖은 목소리가 수면위로 물안개 퍼지는 거야하현달이 안쓰럽게 밤하늘 건너고창가에 귓바퀴 닿은 나는짝의 목덜미에 손길이 닿고귓전에 귀를 대면 들리는 노래그렇게 접동이로 살아가고팠던 시절신록이 푸르다 못해 슾으로 깊었지머리끝까지 잠겨서 접으면 동그랗게 솟을 쩍 내릴 쩍잠을 벗고 맨몸으로 풍덩했을 거야돌아눕지 않는 짝의 등에 입술 닿고 싶어소리가 적다 소시쩍 노래다변하지 않는 목소리가 밤 속에 잠겼을 거야 새벽이 오면 목이 잠길거야.

글(文) 2025.06.19

개굴개굴

저물녘 강변 둑방길 옆 긴 논두렁이 악보였어요가로등이 비추고 있었고테너의 맹꽁이와 알토 음역의 참개구리가 같이 읽네요소프라노 파트 맡은 국도변의 차들이 읊고 가는 팔분음표참새들이 꾸밈음을넣을 때 노을이 여운을 물들이네요 베토벤 현재 버전의 전원교향곡 도입부내 귀는 자꾸 물가 쪽으로 기울고물결의 크레센도 청음이 징검다리 돌아가네요오선을 긋는 수면 위에 백로가 사분음표 올리면자맥질 하는 버들치의 스타카토 저음이 갈대 끝에 걸리고내가 맡은 심금 악절에 아그그땅거미 기어오르는 목덜미에 바람이 간지럽네요 4악장이 지나도록 끝나지 않는 합창에개밥바라기의 냉콩국수 저녁참이 당기듯잊었던 그리움이 한 악절 더 길어지네요함께 두 음역을 맡았던 메조소프라노 강가의 세레나데간주곡에 넣어 까치노을 붉었던 그 날의 듀엣 맹꽁..

글(文) 2025.06.18

로보 사피엔스 ROBO SAPIENS

이건 문학적(文學的)인 상상이다. 인류는 원시의 지구 환경으로부터 지혜로 삶에 대한 사고와 도구를 발굴하여 생활을 개척해 나갔다. 그 과정에서 지식의 축적과 아울러 문화를 형성하고 사고의 깊이를 더해갔다. 이는 지식의 발전으로 이어졌고,산업과 기계의 혁명을 거쳐 고도의 문명을 창출하게 되었다.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의 진화 현재론이다. 현생인류는 고도의 과학적 문명과 정신적으로 심오한 문화 속에서 이루어온 첨단의 생활방식으로 태양계의 지구라는 행성을 온전히 정복했다. 뭇 생명체 사슬의 우듬지에서 번영과 사치를 누리고 있다. 그 사치 속에서 디지털 문명 기술에 의한 AI의 발전과 더불어 인간 생존의 한계를 뛰어넘는 과학의 실상(實像)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인간의 신체적 한계를 극복할..

글(文) 2025.06.17

풍경 유감 風景 有感

충북 영동 황간면 월류봉(月留峰).......풍광이 수려하여 지나던 달 조차 오래 머문다. 깜찍한 심안(心眼)이다. 햇살 따가운 낮에 밖에 올수가 없어, 이름에서 풍기는 달밤의 미안(美眼)을 마음 속에 켠다. 달빛 대신 햇빛 수려한 풍경에 시선 가득 밀려온 광경이 좁은 망막 안에 솔잎 설 자리 없이 빼곡 들어찬다. 실경(實景)을 잊으면 정경(情景)이 된다. 실경을 품을 수 없으니 스케치북에다 정경을 담는다. 그래도 직성이 풀리지 않아 물감으로 채색을 한다. 다 품지 못한 실경의 한 폭을 정경으로 옮겨 그린다. 실경을 재현(再現) 밖에 할 수가 없어서 아쉬운 풍경화다. 실경은 마음에 정경으로 담고, 잊을 수가 없어서 그림으로 기록한다. 잊을만 하면 그림을 보고 잊었던 실경을 기억한다. 한밤에 달이 머물다..

수채 풍경화 2025.06.10

시화 詩畵 한 폭

'툭...꽃잎이 떨어지고/ 나는 아직도/ 그대를/ 기다린다.' -양귀비 꽃. 글. 그림 전수경님. '서로 가슴을 주어라/ 그러나 소유하려고는 하지 말라/ 소유하고자 하는 그 마음 때문에 / 고통이 생기나니. 글:이정하. 그림 자인님.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지를 읽노라/ 꾸름 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박목월 詩. 오영미님 그림. 봄은, 보고 싶어 봄(見)이다./ 아직 남은 겨울을/ 놓지 못한 때-----------------그림. 권옥남 님. 일주일 중간/ 좋은 날/ 수요일.......수경/ 향수/ 자인/ 옥님/ 경희/ 나현 그리고.....담우미술. 글 그림 김나현님. 우리는 모두/ 새상 속에서/ 자기만의/ 꽃을 피우고/ 있어. 글 그림 채경희님.

야외 스케치 野外 sketch

휴일(休日 rest day). 이틀 또는 사흘 간의 연휴(連休)가 있는 날이면 조금 먼 밖으로 나간다. 작은 스케치북과 r검정 네임네임펜을 챙겨든다. 햇살은 눈부시게 쏟아지고, 풀과 나뭇잎은 싱그러운 초록이다. 이따금씩 바람이 부드럽게 볼을 스치고, 새들 소리가 들린다. 순간처럼 지나가는 나비 한 마리, 꿀벌 한 마리가 꽃으로 시선을 이어 준다. 초목으로 우거진 산은 소리가 나지 않아도 싱싱하게 살아 있다. 능선을 따라 내면의 꿈틀거림(動勢 movement)을 자아낸다. 능선 자락 끝에 오도카니 서 있는 정자(亭子)가 있으면 산은 더욱 멋드러진 모습을 갖춘다. 산이 있어 정자가 있고, 정자가 있어 산이 의젓하다.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 길에 한 줄 문장(文章)을 짓게 한다. 시어(詩語) 여나문 게 ..

중독中毒 addiction

매일 오다시피하던 택배가 멎은 현관문 앞이 허전할 때가 있다.주문한 품목을 뻔히 알면서도 가지런히 놓여 있는 택배 상자가 반갑고 궁금하다.그 것을 들고 안으로 들어와서 포장을 뜯고 내용물을 대하는 기분이 즐겁지 않은 적이 없다. 마트에 가서 물건을 살 때와 택배로 받는 느낌은 분명 다르다. 그렇다고 마트에서 살 수 있는 물건을 일부러 택배로 주문하는 일은 없다. 마트에서 사는 것 보다 가성비를 따져 산다든지 마트에서 살 수 없는 물건을 택배로 주문한다. 암튼 현관문을 열었을 때 한쪽 귀퉁이에 택배 상자가 놓여 있으면 물건의 내용을 알면서도 확인하려는 궁금증과 아울러 업되는 기분을 느낀다. 한동안 택배로 주문한 상품이 없을 때, 같은 장소에 낯선 물건이 오도카니 놓여 있으면 급상승한 궁금증과 아울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