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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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랭 사인 Auld Lang Syne

겨울나그네60 2021. 12. 18. 14:47 연주 안익태 선생이 애국가를 작곡하기 전에 애국가로 불렸던 노래. 나라를 잃고 떠돌던 시대에 이 구슬픈 곡조의 애국가는 뭇사람들의 가슴을 울렸을 것이다. 이제는 본래의 스코트랜드 민요로 석별의 정을 노래하고 있지만, 여전히 저물어 가는 한 해의 끝자락에서 또 한 세월을 보내는 아쉬움의 심금을 울린다. 청아한 트럼펫 연주에 이어 허스키한 색소폰 음율이 가슴 저 밑에 묻혀져 있던 애수(哀愁)의 기억을 바늘로 티눈을 파내듯 끄집어 올린다. *안익태Ahn Eak-tai:1906.12.5 -1965.9.16.작곡가, 지휘자.우리나라의 국가 〈애국가〉가 주요 소재로 등장하는 〈한국 환상곡Korea Fantasy〉 관현악 작품을 작곡. (일제치하에서 〈만주 환상곡〉,..

글(文) 2022.12.04 (1)

가는 가을 기억하는 풍경화

산은 계절이 오는 길목이다. 가을도 거기로 와서 긴 시간 짧은 기억으로 머문다. 기억 속에 저장한 이미지는 쉬 지워지곤 한다. 스케치북에 그려 두는 까닭 중에 한 가지다. 스케치북에 저장한 가을은 변색 되지 않고 지워지지도 않아 선명한 기억을 돕는다. 피부에 사랑을 타투하듯 가을 풍경을 스케치북에 문신으로 새긴다. 도화지 한 장의 마음에 가을 한 폭이 온잠에 든다. 쌔근쌔근 아이의 잠결로 코골이 소리를 내지 않는다. 불러오면 언제나 제 안색으로 잠을 깨는 도화지 안의 가을...그림을 그리는 또 한 가지 까닭이기도 하다.

수채 풍경화 2022.11.26 (2)

겨울을 기다리며

너의 품은 가을 빈 들 만큼 넓었지만 패딩을 입은 채로 안겨도 너는 맑고 투명하게 차가웠다 나는 양말을 벗지 않았고 누나가 털실로 짜 준 덧양말까지 신고 있었다 어머닌 목도리까지 감아 주며 네게서 옮아올 독감 그리고 코로나 변이바이러스까지 별소리에 담았을 때 나는 반짝반짝 예리해져 가는 너의 눈빛을 의심하지 않았다 빙점에서 눈금 하나 아래로 꿈쩍 않는 네게서 너의 가슴 더 아래 쪽 얼지 않은 샘 그 그믐밤에 졸졸 잠꼬대 흐르는 지점에 나의 비등점을 찍었다 네가 언젠가는 단잠을 깰 것이라고 나의 집적거리는 입질에 온기 어린 물길을 열 것이라고 네가 떠났다가 다시 와서 동지섣달 꽃잠을 자더라도 청보리 나부끼는 들 만큼 뒤척일 걸 의심하지 않았다 너의 앞섶 뒷섶 차가운 옷깃 모두 들추며 체온을 한 곳에 모은 ..

글(文) 2022.11.25

가을이 가는 길목

가을이 가면서 북동 쪽 북서 쪽 북북서 북북동 어느 길 어디로 가는지 길목에 홍시 열린 감나무가 있거든 길섶에 익어가는 참새귀리 재재거리거든 나 거기 서서 마음이 고파서 감 하나 먹고 아쉬움이 적막해서 귀리 이삭 하나 털며 선득하게 지나는 바람을 등으로 밀겠네 지상으로 내려가 가을 쓰기를 마친 낙엽 주워 화려했던 날들을 읽고 아직 나뭇가지에서 늦가을 채색하는 잎새의 마침표 서성이는 유채색 문장을 읽으며 나 거기서 한창 가을에 여물어간 사랑을 보겠네 가을이 슬며시 가고 있는 북북동동 북북서서 어느 산길 길섶에 피어 있는 소국 한송이 읽겠네.

글(文) 2022.11.23

숲속의 향연

숲속의 향연 겨울나그네60 2021. 12. 19. 10:04 이라고 곡목을 지었다. 악보없는 음악이다. 계획적이 아닌 손끝에서 느낌대로 빚어낸 손맛의 유(遊)작이다. 가상악기 내장된 리듬과 양서류 새소리 그리고 스트링 계열 멜로디가 좋아 감성적으로 발현한 손끝 선율이다. 음표를 찍어 악보에 의한 연주는 또 다른 깊이가 있겠지만 고민이 삽입되지 않은 무아 감각의 즉흥 연주다. 누군가의 평론 평가를 용인할 필요 불필요도 불허하는 개인의 일탈 행위의 산물이다. 그래서 자유롭고 편안하고 오롯이 나의 감성적 음률이 녹아든 연주라고 말하고 싶다. 불과 몇분 동안의 연주하는 시공간의 시작과 끝의 기승전결이다. 짧지만 다듬어지지 않았지만 강렬한 인상을 각인 시킬수만 있다면 나의 역할은 거기까지임을 밝힌다. 주제와 목..

카테고리 없음 2022.11.14 (1)

낙엽 소리

시몬, 당신은 아는가 낙엽 날리는 송풍기 소리를 누군가에게는 낙엽이 치워야 할 계절의 잔재일 뿐 나무 아래 쌓이면 바람에도 날려가고 누군가는 발밑으로 조용히 낙엽 소리 듣는데 시몬, 당신은 좋은가 낙엽 몰아세우는 송풍기 소리를 나무 만큼 잎사귀를 단 적이 없어 잘 듣지 못하는 누군가에게 말을 걸지 못하는 낙엽 기계는 생각하지 못하고 입김을 세게 불 뿐이다 시몬, 당신은 기억하는가 낙엽 쓰는 싸리비 소리를 낙엽을 한 곳으로 모으는 빗자루의 소리가 쓸쓸할지라도 연기를 내며 매캐한 향기로 흩어지더라도 낙엽은 내려오기를 멈춘 적이 없으니 시몬, 당신은 잊었나 낙엽 밟는 맨발의 소리를 두 짝 귀 뿐인 사람은 듣지 못하는 낙엽의 말 여전히 가을이면 춘향전 완판본이듯 들려오는데.

글(文) 2022.11.13

가을 장미

이 하얀 장미는 시들 줄 모른다. 그림이기 때문만이 아니다. 장미의 기억을 이식 받은 조화(造花)라서 늙지도 않고 피어 있다. 사람도 인공의 몸에 기억을 이식하면 영원히 살 수 있을까? 사람의 본성을 잃지 않고 그렇게 살 수 있다면 영화의 스토리처럼 시-도-해-볼.....헐! 사람이 꽃이라면 몰라도! 꽃의 기억이 고스란히 이식 된 조화 앞에서 생명(生命)이란 무엇일까. 이태원 발 꽃의 슬픔이 가을 바람처럼 스산하다.

가을 과자

찰옥수수 튀긴 강냉이, 감자 튀김 스낵, 계란으로 구운 전병...어느 저녁 지인으로부터 받은 과자 봉지는 가을이 듬뿍 담겨 있었다. 가을에는 모든 것들이 여물고 익어가듯이 내게 한 가을 저녁이 과자처럼 노릇하게 익어갔다. 그리고 고소한 과자의 맛처럼 여물었다. 단숨에 감자(나는 감자바위-강원도 별명-출신이다) 튀김을 와작와작 비웠다. 감자를 한 끼니로 먹으며 자란 내력이 고스란히 반영 되었다. 이튿날 아침에는 옥수수로 튀긴 강냉이를 집사람과 마주앉아 한 알 한 알 고향얘기, 친구들 얘기 오순도순 알갱이를 굴렸다. 옥수를 감자와 함께 한 끼니로 먹으며 자란 어린 시절 늦여름 추억과 수많은 알갱이 수만큼 많은 이야기가 식탁 위를 굴러다녔다. 봉지가 열리면서 이야기를 쏟아내는 과자였다. 평범한 서민의 한살림을..

글(文) 2022.10.25

가을 하늘

어제는 동쪽 파랑 초원으로 구름양떼 몰고 가더니 밤 사이 모두 양털을 깎았나 보다 선득한 오늘 아침 양털 카펫을 깔았다 초록 초원이 먼 땅에 사는 나는 별 수 없이 먼지 없는 물세탁 가능 도톰한 사계절 거실 사각 러그 카펫을 깔았는데 털실 빠진 직물 여백처럼 파랑 풀이 듬성듬성 드러난 하늘 양털 카펫 뵈지 않는 목자가 앉았다 간 귀퉁이가 눌려져 있다 가벼울 것 같은 그의 몸 무게가 중력을 얻었을까 낙엽 무늬 컬러풀한 땅 위로 지나간 자국 보일 만큼 환한 아침나절 나는 중력을 거부하고 창밖으로 나가서 코까지 파묻힐 만큼 폭신한 양털 카펫 위에 눕는다 주인 목자의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공간은 파랗고 태양에 눈이 탈 듯이 시리다 이 대형 양털 카펫 어느 구석에 땅에서부터 먼저 올라와 늦잠에 빠져 있을 어머..

글(文) 2022.10.17

그대와 나의 그림

그대에게 있는 나의 것 내 안에 넣어 주세요 위치는 그대에게 있지만 쓰임새는 내게 넣어졌을 때 꽃사과 익어가요 쑥부쟁이 쑥스러운 길가에 참새가 멧새 곁으로 날고 비단벌레 건너갈 때 길냥이는 풀숲으로 들어가요 그대에게 있는 단 하나 나의 것 내 안에 있는 한 곳에 놓아 주세요 위치만 가졌을 땐 뿌리일 뿐이지만 쓰이기 시작할 때 단풍이 짙어가요 다육이 도톰하게 피어 오르고 나는 스케치북에 그려 넣어요 정물 같이 살아가는 날들 속에서 파노라마 풍경을 그리며 우리는 그림처럼 쓰여졌어요 지우지 않고 계속 그리는 그림으로 그대에게 있는 나의 정물 내 안의 화폭에 넣어 주세요 비로소 색을 칠할 때 물관의 수문을 열었어요.

글(文) 2022.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