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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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만난 사람

세숫물 열 대야로 퍼붓는 더위에 긴 머리칼 미끄러지는 목덜미가 땀 개울이었죠경추를 가로질러 손가락이 징검다리 건널 때면 흠칫 놀라는 송사리 여러 마리 자맥질이듯땡볕이 내려앉아 마구 봉침 쏘아댈 때쯤하얗게 바래지는 눈초리에 칸나의 빨강 신호가 전송을 시작합니다0 아니면 1이 아니라 0이면서 1이라고 1이면서 0이라며양자의 속도 시대에 머뭇대는 시점은 태양계 밖으로 나간 보이저의 거리라고외계인 닮은 내 마음의 여울에서 개헤엄 칠 거면 내 몸에 공전하는 물고기자리 4등성의 녹색으로 어깨를 건너가요 눈보라가 포란 중인 산간 숲에서 처음 만났을 때 유난히 따뜻했던 손목 아래손 안의 온기가 울창한 손금처럼 우거지던 '오! 그 해 겨울은 따스했네' 더위가 열 대야씩 퍼붓는 폭염 아래로 긴 머리칼이 흘러내릴 때 지..

글(文) 2025.07.06

사람의 시간 人間時間finite human

곧 매미의 노래가 시작될 것이다. 오랫동안 땅 속에서 침묵의 시간을 보냈다는 걸 우리는 안다.땅 속에 들어가서 보지 않고 학습을 통해서 알고 있다. 내 집에 와서 반려견으로 지내다가 헤어진 시간이 겨우 10년 남짓 세상의 우리집에 머문 개를 체험해서 수긍한다. 개가 되어 보지 못한 채 사람인 자부심으로 슬픔을 느끼기까지 한다. 나를 소 부리듯 삶의 텃밭으로 내몰던 아버지는 팔십을 목전에 두고 지하로 내려갔다. 아버지를 원망한 적은 없지만, 짠하게 회상한 시간은 띄엄띄엄 있다. 사춘기 나이 때 연심(戀心)에 몰빵했던 이종사촌 누나는 이유도 알 수 없는 삶의 그물을 예리하게 빠져나갔다. 어디에 정착했는지 모르지만, 의심하기 보다는 아까워서 눈물이 났던 시간이 잠깐 스쳐갔다. 나를 초등학교 때부터 손찌검 발..

글(文) 2025.07.05

잠 못드는 별

별뜰채 아파트에 밤이 깊어층층 창마다 켜진 불이 빛나는데대낮 제자리에서 휘황했던 기억이 밝아앞집 옆집 라인 건너 윗집 아랫집뒷동 삼 층 십 층 집까지 꺼지지 않는 빛 붙빛은 물병자리 되어 밤하늘 따르고북두칠성으로 높아지는 한밤중벌써 내일 앞에 마주한 사람들이설레어 잠 못드는 빛점 띄엄 점 건너 일 광년 매일 밤 별뜰채 아파트엔오늘이 모자라 밤중에 끌어온 내일 앞에반짝이는 빛이 별자리로 뜬다.

글(文) 2025.07.05

혹서기酷暑期

시원한 물 한 대야로 세수를 해 보지만 얼굴의 열기가 식지 않는다. 열 대야로 목물을 해도 몸의 더위가 가시질 않는다. 낮에는 에어컨이 열심히 부채질하는 일터에서 그나마 아열대 북쪽의 공기를 느낄 수 있다. '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시원함이 그의 것이요'~얼중얼~~~밤이 되면 열섬에 갇혀 열 대야의 열기로 목간(沐間)을 한다. 미처 빨지 못한 빨래를 입고 전전반측(轉轉反側)하다가 새벽(三更)에서야 생짜가 조금 가라앉은 공기를 창가에서 만난다. 그는 아직도 지구에 얹혀 사는 인간에게 알아듣지 못하는 우주의 언어로 윽박지르고 있다. 귓바퀴가 조그맣고 귀청이 얇아 거대한 우주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인간에게(나에게) 사시사철 계절에 맞는 글자색으로 '네 녀석이 진짜 지구의 주인이나?'고 묻는다. 눈이 밝아..

수채 풍경화 2025.07.02

복숭아 戀情

네가 높다란 곳에 있을 때였네발그레한 물빛 미소를 짓는다는 소식낮은 곳에서 내가 귀 한 짝을 들어 올릴 때뜨거운 바람이 너의 향기 한 봉투번지내 투입으로 배달되었네받아든 나는 콧날로 봉투를 열고네가 나 없이 발그레 웃는 걸떨리는 각막에 옮겨 적었네다음 장으로 넘어갈 무렵7월의 태양은 거침없이 타올랐고이미 내게 와 있던 샤인머스캣 알알이달콤한 내 성질을 돋우고 있었네이제 난 너를 내 안에 넣으려고봉투 속에서 나온 시크한 낱말들을목 아래서 가슴골까지 고랑을 내어 글발을 심네단단한 너의 내면이 내 곁가리에서 잎 틀 때까지 나는 읽기를 미루네 너의 문장이 촉촉하게 침샘 흐를 때까지한 권이 되도록 아기자기 묶네앞뒤 표지에 분홍과 상아 빛 내력이 곱게아삭아삭 빛나고 있네.

수빈이네 살구나무

수빈이의 먼 조사(祖師)께서 뒤란에 심어 지붕 키 넘어 자란 살구나무 한 그루에 수빈이 얼굴 살구색 닮은 살구가 총총총총익어 아빠가 따면 한 상자 막내삼촌한테 가는데 그러면수빈이의 하늘색 원피스 닮은 슬라임 한 통 답신으로 오는데아빠와 마주잡고 넓게 펴면 살구알 같은 웃음이 떼구르르 떼구르르 엄마가 따면 하나뿐인 이모한테 가는데 그러면수빈이 분홍색 책가방 닮은 '살구나무 골짜기' 동화책이 답신으로 오는데엄마가 표지를 읽으면 나머지는 수빈이가 읽을 때 한 페이지 넘어가면 냇물이 흐르고다음 장으로 건너가면 논두렁길 따라 논의 벼가 푸르고또 한 장 마당길 접어들면 엄마의 고향 집 대문이 주황색 그 집 뒤란에도 엄마의 먼 할아버지가 심은 살구나무 두 그루가 사랑채 지붕 너머로 훤칠하니 자라서해마다 엄마의 ..

6月이 간다

6월만 아니가겠니4월이 갔고 5월도 가기를 망설였을까삭풍에 불현듯 작년의 12월 사흘도 일촌광음(一寸光陰) 지났다지나가지 아니할 별빛조차 있지 않았다 늘지나가던 바람이 다시 불어오듯이6월의 뒤꿈치 따라 7월이올텐데내 고장 7월은 샤인머스캣 익어가는 계절(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계절/ 이육사)뻐꾸기 두견이 되지빠귀 노래가 총총 숲에 열리고을사년의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 무릇 청청장마전선의 선황(線況)이 오락가락 하는데도 불구하고백성이 영민하면 국체(國體)도 용상(龍象)이다 포도(葡萄)만 익어가겠니수박이 커가고 참외가 익기를 주저아니 했을까살구 자두 토마토 다시 온지 오래다산머루도 9월 이미 익어가 참이다 '불휘 기픈 남간 바라매 아니 묄쎄곶 됴코 여름 하나니'심지 깊은 국민은 찬바람에도 아니 떤..

글(文) 2025.06.28

구조 상식에 맞지 않는 곳 찾기

우리는 가끔 읊조린다. 어? 저 사람 왜 저러지? 그가 일반 상식(常識 common sense )에 맞지 않는 말이나 행동을 할 때 반응하는 말이다. 상식이란 무엇일까. 열 명 중에 여덟 명이 유사하게 말하고 행동하면 상식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럼 상식이란 다수결원칙이네. 그렇다고 다수결 의식이 낡고 비윤리적이라면 상식이 될 수 있을까? 종종 소수가 도덕적이고 강직하여 선명한 기준이 되곤한다. 생김새(構造)가 상식적이지 않을 때가 있다. 일반적이지 않아 독특하다. 혁신적이다. 헐~ 저렇게도 수행되는구나! 한다. 그럴 때면 새로운 시각(視角)이 생겨난다. 참신해진다. 다수의 사람들이 수긍하지 않아도 빛나는 소수가 있다. 형태가 조금 빗나갔지만 멋진 조형물(造形物)이 되는 작품이 있다. 초현실주(超 現實..

2025.06.26

자연법칙自然法則

새벽 인시(寅時:4시경). 뻐꾸기가 울고 있다. 4/2박자 노래가 아니다. 뻐뻑꾹 4/3박자 왈츠는 더더욱 아니다. 앞산 숲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아득히 먼 꿈길 같은데...6월 하순 이맘 때면 붉은머리오목눈이 둥지에 몰래 낳았던 뻐꾸기 알이 부화 되어 한껏 자라고 이미 둥지 밖으로 나왔을 것이다. 가끔 오목눈이 둥지 근처로 와서 지켜 보며 알이 깨어나기를 기다리곤 했다면, 유전자(遺傳子)의 로드맵을 따라 당연한 상봉을 했을 텐데.....기쁨의 노래일까? 내 마음의 새벽에 노래가 들어 있지 않기 까닭일 수도 있다. 사람의 삶이란 가끔 노래가 켜지지 않는 낡은 컴퓨터 같을 때가 있다. 조용한 새벽에 음악 한 줄 없이 꿈길 같을 때 아련히 들려오는 뻐꾸기의 4/2박자 가락이 애닯게 귓전을 맴도는 것이다...

글(文) 2025.06.24

바다로 가자! Let's go to the sea!

장마전선(積雨前線)의 선황(線況-戰況)이 오르락내리락 저기압과 고기압의 선투(線鬪-戰鬪)가 한창이다. 바다로 갈 상황이 아니라는 걸 뻔히 알면서 " Let's go to the sea! " 개쩌는 영어로 외친다. 바다가 비키니 차림으로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망상 앞에 두터운 먹구름이 근육질 몸으로 버티고 있다. 녁석을 냅다 밀치고 눅눅한 아스콘 바닥 도로를 내달릴 만행도 저지르지 못하면서 두 짝의 주둥이만 닥달한다. 가볍고 나약한 내 주둥이를 나무라지 않겠다. 머릿속의 언어담당 뇌신경이 지나간 기억을 잘못 불러와 각막의 화면에 띄워서 벌어진 사단일 텐데...그럼 그걸 사주받아 소리로 변환한 가슴 어느 부위에 꿀밤을주어야 할까. 툭, 간드리기만 해도 양쪽 관자노리 위로 악랄한 뿔이 돋을 것 같다. 가긴 갈..

수채 풍경화 2025.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