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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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변공원

그 공원에 가면 자기가 하는 말에 아무도 대꾸를 하지 않아 자기가 응답을 하는 분수가 있다 나무들이 가만히 서 있고 의자와 잔듸들도 잠잠하다 그네가 있는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말 소리 내고 있지만 분수가 하는 말은 귓등으로 넘긴다 분수는 목청껏 말하는데 무슨 말인지 귀 기울이는 사람도 잘 모른다 더운 바람이 뭔가 아는 눈치로 분수 곁을 지나가면 분수의 말투가 슬쩍 흔들린다 바람은 댓글도 없이 가버린다 분수의 말을 받아 적는 수면이 가장 잘 알아듣는 듯 윤슬 반짝이며 물결 짓는다 귀 없이 꼼꼼히 알아듣는 걸 보면 자기들끼리 통하는 언어가 제법 푸르다 사이사이 삽입 되는 새들과 매미의 참견이 겉돌지만 초록 빛깔로 동색이다 그 곁에 말없는 베롱나무 꽃이 얼굴 붉다 분수의 시원한 말 속에 은밀한 고백이 들었을까 ..

글(文) 2022.09.20

쉬운 알밤 접기

"~♪ 산꼴짜기 다람 쥐 아기 다람 쥐/ 알방 한 알(도토리) 점심 가지고 소풍을 간다~♬ 알밤의 계절이 다가온다. 도토리의 계절이 멀잖다. 다람쥐의 먹이 수렵과 저장이 부지런해지는 가을이 코앞이다. 밤나무에서 떨어지는 알밤을 줏으려고, 새벽잠을 깨우던 유년 시절이 떠오른다. 늦가을 고향에 가면, 알밤을 까서 노랗게 말려 두었다가 돌아갈 때 내어 놓는 어머니의 딱딱하고 달달한 '말린 밤의 추억이 있다. 어머니는 가을 따라 아주 오지 않는 먼 곳으로 떠났고, 알빰 떨어지는 계절은 다시 온다. 알밤 줏으러 가을 바람 타고 고향으로 갈까나. 가지 못하고 알밤을 접어 본다.

반딧불이 접기

M소년 반딧불은 날개가 없어 날지 못하는 F소녀 반딧불을 찾아 냇가의 갈대 숲 위를 헤매고 있었죠. 달조차 잠든 밤 마침내 고마리 잎 아래서 호롱불을 켜고 손짓하는 F 소녀를발견하고 사뿐히 내려앉았죠. 결혼할 나이가 찰 때까지 기다리기에는 그들의 시간은 너무 짧아서 순수하고 간절하면 잡아서 당길 수도 없는 시간을 밤이 한 뼘으로 줄여주었죠. 사랑의 입맞춤이 끝나면 이승을 뜨는 M과F가 어디 한둘인가요. 그들의 빛은 밤하늘 별이 다시 빛나듯 냇가의 어는 갈 숲에서 다시 빛날테니까요. 사라져간 지난 여름의 반딧불이를 생각하면서 색종이로 접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