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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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

흐린 가을 날에는 작은 우산이 그리워발밑의 젖은 낙엽이 맑은 소리를 낸다며안으로 어깨를 당기는 손이 생각나 큰 우산을 쓰고 가로수 아래를 지나며나무처럼 젖는 사람을 안으로 당기고싶어낙엽 같은 표정만 지을 뿐그냥 건널목을 건넜던 여름이 생각나 여름 비 아래서는 큰 우산도 쓸모가 없어비의 잘못 따지다가 내가 더 그른 생각곤드와나 대지 위에 사람이 없을 때를 생각해지금 나는 사람 보다 낙엽을 끌어 당기네젖은 한 장 주워서 비를 가려 주네 작은 우산 아래 같이 걸었던 작은 손과도톰하고 순진한 생각이 오후 내내 보송보송키 낮은 채송화 꽃잎으로 발개지는 가을 비 그런 날회색 공기가 더 짙었으면 했네거리 끝까지 바스락대는 낙엽을 생각했네 미소를 적어서 액정화면 속에 넣은손톱이 발간 작은 손 위에 펴져 있던 꽃 무늬..

글(文) 08:28:12

낙엽 한 잎의 가을

문득책장 윗칸에서 두께 위에 먼지 쌓인 책을 꺼낸다시선의 랜덤에 끌려 검지에 걸린 한 권의 퇴색이 두틈하다어느 날 창가에서 덮힌 후 잊으면 다시 펼 구실이 당연했지만시간이 날씨를 따라 삶의 위기를 넘는 고비에서낱장의 새물내 풍기며 눈시울 가득 채운 논픽션 줄거리였다 기억나지 않는 페이지에 느티나뭇잎 서표처럼 끼어 있다내용이 어쨌든 거리의 무작위 가로수 아래서 곱은 내 손을 따라와 한 권의 기승전결을 요약한 채 갈피에 눌려 있었다 첫 낱말부터 사는 짓을 꼬집어 잔소리 꼼꼼한 문장을잎맥 도드라진 나뭇잎은 한 그루의 몸피를 담고 있다 조금 투실한 편이어서 야윈 나를 대입했던 낙엽녀(女) 한 잎어느 거리 가로수 아래서 여전히 지는 낙엽을 줍고 있을까한 쪽이 빨갛고 다른 쪽이 노랗게 고운 한 잎에검정 네임펜 글씨..

글(文) 2026.10.18

시월의 야외스케치

가을 직지사 가는 길목에서 왼쪽으로 운수동 골짜기를 따라 고샅길을 오른다. 아침의 햇살이 오른쪽 산 그림자를 드리우는 골짜기 양지쪽 아스팔트 길을 따라 들어가다가 조금 언덕진 양지에 오롯이 앉아 있는 장정희님 집에.......회화나무 아래 능소화 아치 대문을 열고 들어서니 갖은 화초와 나무들이 주인처럼 반긴다. 재능기부반 수요2반 수강생들과 사전에 약속한 야외스케치 장소다. 천일홍, 연보라빛 쑥부쟁이 빨간 채송화 작살나무 자주빗 열매가 탐스러운 마당가 화단을 따라 계단 현관을 오른 후 집안으로 들어가면 많은 그림과 시화(詩畵) 들이 구석구석 예향(藝香)을 풍기고 있었다. 산미 짙은 켸냐 커피와 빵 과일로 목을 축이고, 마당 한 가운데서 집과 화단을 화제(畵題)로 5절 도화지에 스케치 시작......따가..

가을, 그리운 옷깃 여미네

단풍나무 어깨를 넘어 오는 바람이 차가워서가 아니네회화나무 잎이 땅 위에 수북이 쌓여 있어서 그렇기도 하지만꽃사과나무 열매가 너무 붉어 나는 덩달아 붉고석류나무에도 아주 빨간 얼굴이 주렁주렁대추나무에 대추 알이 가지가 휘도록 열려 있어 내 가슴에 열리는 기억들이 넘치게 붉어가는 시월의 어느 좋은 날 아침이기에 살아온 날의 기후 보다 살아갈 날의 날씨들이 어김없이 갈색으로 주황색을 같이 버무려나무와 풀과 꽃잎 겨드랑이까지 천연 물들이며덥기만 했지 식을 줄 모르던 현위치 일기예보가 끝났을 때아! 맨발이 물 속의 물고기 같았던 여름의 발목정강이를 넘어 폭우로 침잠하던 흐림과 맑음의 통증이 아직 그대로지만 양떼구름 서쪽으로 하늘 초원 몰려가는 코발트 색이 은혜 같아아니 지금은 어디서 낙엽을 밟고 있는지 느티나무..

카테고리 없음 2026.10.15

두 번째의 하늘 열림

신단수(神壇樹) 하늘이 처음 열리던 날은잿빛 구름 뒤로 세룰리언 색 창공이 푸르렀을 것이다 구름을 창(窓)으로 삼은 사람들이바람에 열리는 순간을 섭리로 삼았을 때햇살 같은 언어가 대지 위로 내리는 광경 속에서접은 무릎에 젖어드는 이슬을 읽었을 것이다 읽은 음소들이 혈맥을 타고 가슴에 다달아 뇌리까지 오르는 동안박달나무 껍질에 적고 싶은 생각이 무럭무럭 천 번을 수 차레 넘어 홍익인간의 긴 뿌리로 아름들이 깊어졌을 것이다 비의 두께를 상형(象形)으로 적다가창이었던 구름에서 내리는 소리와젖은 땅에서 피어 나는 영상과몸에서 울리는 음성이 어우러지는 순간을 땅이 있고 하늘이 있다고 엄히 적지 않을 수 없었다 모든 소리의 바른 음이 햇살처럼 분명해졌다적으면 적을 수록 불어나는 천지인(天地人) 생각에 마침내붙인 이..

글(文) 2026.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