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전체 글 1441

시월의 야외스케치

가을 직지사 가는 길목에서 왼쪽으로 운수동 골짜기를 따라 고샅길을 오른다. 아침의 햇살이 오른쪽 산 그림자를 드리우는 골짜기 양지쪽 아스팔트 길을 따라 들어가다가 조금 언덕진 양지에 오롯이 앉아 있는 장정희님 집에.......회화나무 아래 능소화 아치 대문을 열고 들어서니 갖은 화초와 나무들이 주인처럼 반긴다. 재능기부반 수요2반 수강생들과 사전에 약속한 야외스케치 장소다. 천일홍, 연보라빛 쑥부쟁이 빨간 채송화 작살나무 자주빗 열매가 탐스러운 마당가 화단을 따라 계단 현관을 오른 후 집안으로 들어가면 많은 그림과 시화(詩畵) 들이 구석구석 예향(藝香)을 풍기고 있었다. 산미 짙은 켸냐 커피와 빵 과일로 목을 축이고, 마당 한 가운데서 집과 화단을 화제(畵題)로 5절 도화지에 스케치 시작......따가..

가을, 그리운 옷깃 여미네

단풍나무 어깨를 넘어 오는 바람이 차가워서가 아니네회화나무 잎이 땅 위에 수북이 쌓여 있어서 그렇기도 하지만꽃사과나무 열매가 너무 붉어 나는 덩달아 붉고석류나무에도 아주 빨간 얼굴이 주렁주렁대추나무에 대추 알이 가지가 휘도록 열려 있어 내 가슴에 열리는 기억들이 넘치게 붉어가는 시월의 어느 좋은 날 아침이기에 살아온 날의 기후 보다 살아갈 날의 날씨들이 어김없이 갈색으로 주황색을 같이 버무려나무와 풀과 꽃잎 겨드랑이까지 천연 물들이며덥기만 했지 식을 줄 모르던 현위치 일기예보가 끝났을 때아! 맨발이 물 속의 물고기 같았던 여름의 발목정강이를 넘어 폭우로 침잠하던 흐림과 맑음의 통증이 아직 그대로지만 양떼구름 서쪽으로 하늘 초원 몰려가는 코발트 색이 은혜 같아아니 지금은 어디서 낙엽을 밟고 있는지 느티나무..

카테고리 없음 2026.10.15

두 번째의 하늘 열림

신단수(神壇樹) 하늘이 처음 열리던 날은잿빛 구름 뒤로 세룰리언 색 창공이 푸르렀을 것이다 구름을 창(窓)으로 삼은 사람들이바람에 열리는 순간을 섭리로 삼았을 때햇살 같은 언어가 대지 위로 내리는 광경 속에서접은 무릎에 젖어드는 이슬을 읽었을 것이다 읽은 음소들이 혈맥을 타고 가슴에 다달아 뇌리까지 오르는 동안박달나무 껍질에 적고 싶은 생각이 무럭무럭 천 번을 수 차레 넘어 홍익인간의 긴 뿌리로 아름들이 깊어졌을 것이다 비의 두께를 상형(象形)으로 적다가창이었던 구름에서 내리는 소리와젖은 땅에서 피어 나는 영상과몸에서 울리는 음성이 어우러지는 순간을 땅이 있고 하늘이 있다고 엄히 적지 않을 수 없었다 모든 소리의 바른 음이 햇살처럼 분명해졌다적으면 적을 수록 불어나는 천지인(天地人) 생각에 마침내붙인 이..

글(文) 2026.10.11

가을에는

가을에는 계절 밖으로 떠난 것들을 생각해요한철 짧은 며칠 버스킹하다가 왔던 곳으로 돌아간 싱어들 목숨 같은 악보를 나무와 땅 속에 남긴다고 했어요떠나지 못한 우리는 그 걸 어떤 악기로도 연주하지 못해요인터넷 화면에 유령처럼 떠돌지만그 건 복사한 사본이죠그 계절 다시오면 생음으로 들어요그리워지는 까닭이잖아요 가을에는 사라진 것들을 아쉬워해요고층 아파트 단지 화단에 복고풍 신상 차림 화사한 꽃녀들열흘 못 넘긴다고 쓴 소리 해댔지만가장 작은 열매로 내년의 귀환을 약속한댔어요웹 사이트 구석구석 잔영이 도배되어 떠돌지만그 건 해묵은 복제품이죠화려한 시절 다시오면 고운 생얼로 볼테지요보고 싶어지는 이유잖아요 가을에는 영영 떠난 이들을 생각해요 한생 착하디 착하게 열심히 억척으로 의연하게 살다간 이들자기 보다 나..

카테고리 없음 2026.10.09

잊었던 사람을 다시 만나는 일

어린 시절 잠깐 마주본 시간을 세월의 물길로 아득히 흘러 보낸 뒤, 지긋한 나이(elderliness) 의 길목에서 다시 만났다. 서로 만나야 할 까닭이나 원인은 고사하고 시간과 장소의 좌표조차 찍혀 있지 않았다. 그대로 생의 뒤안길로 가버릴 수 있었다. 잊었다고 아쉬웠거나 그리움조차 구불구불 자작고개 비탈길이었을뿐, 문득 유년의 그 기억이 스쳤을 때, 아! 그 애 그 얼굴.....그냥 지나가는 하루와 같았다. 그런데 다시 시작하는 아침처럼 만났다. 시간은 빠르게 유년의 기억으로 돌아갔지만, 장소는 되돌아갈 수 없어 디지털 회로(回路)를 걸었다. 나를 기억하느냐는 문구를 액정화면에 실어 보내자, 헛! 달(月)에서 오는 웹 전송처럼 전화가 왔다. 010 스마트폰은 빠져나갈 울타리 없이 곧장 귀청으로 목청..

카테고리 없음 2026.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