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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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기차에서

밤의 기차에서 잠든 무릎은 렘수면 아래로 점점 가라앉다가 낯선 곳에서 화사한 미소를 띄운다 잠들지 않은 역들이 기다리는데 개꿈 하나 목줄 매지 않고 철로를 달려가다가 졸던 역 하나가 만지는 손의 방향 하행선이다 슬개골 둥글고 아름다운 무릎은 잠에게 다음 역을 맡기고 다소곳이 수면 아래로 아래로 머언 도착역 돌아올 꿈길 잊지 않게 무수히 무릎 사이에 살빛 별을 놓는다.

글(文) 08:29:50

챗GPT와의 詩 이야기

User 안녕하세요. 시 한편을 썼는데요. 챗GPT님께서 밀도 있게 수정해 가며 비평해 주세요. 제목은 '미안하다' 입니다. 캄캄한 시간 세 시 삼 분 책상 앞 모서리 노트북 아래 검은 색 점 같은 작은 날벌레 한 마리 빠르게 움직인다 잠 덜 깬 내 시선은 불안해진다 엘이디 인버터 스탠드 불빛 때문이다 밝아서 잘 보이지 않았더라면 어두운 곳으로 빨리 숨었더라면 노란 포스트 잇 한 장으로 쿡, 압살한 나를 후회하지 않았을 텐데 꼭두새벽부터 죽이는 짓 안 했을 텐데 그가 마침 거기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마침 보고 말았기 때문이다 경계를 넘은 것도 국경을 침범한 것도 아닌데 글자 한 자 안 쓴 종잇장 무게로 그 일생을 마침표 찍은 것이다 줄 바꾸어 내 경솔을 적는다 아직 캄캄한 새벽 세 시 이십 분에 웃픈 기..

글(文) 2023.05.22 (3)

여왕을 만나다

초록 잎새 짙어가는 가로수 아래 오색 연등 걸린 아침의 거리 봄잠 늦은 집집마다 햇살 먼저 조용히 깨운다 밝은 녹색 청소차가 바지런히 골목을 돌면 엎드려 있는 차 밑으로 그늘막을 짓는 길냥이 한 아저씨는 산을 다녀오고 한 아줌마는 강변 산책로를 돌아오고 5월 여왕의 크레놀린 받쳐 입은 초록의 드레스가 풍만하다 햇살 고이는 가슴골과 젖무덤 기슭에 어리는 살빛 모성 녹색 젖이 여울져 흐르는 레이스 솔기따라 돌 지난 나무가 아직도 젖을 먹고 올봄에 나온 풀잎들은 단체 수유 중 젖을 뗀 꽃과 시작하는 꽃들이 갓길까지 늘어선 거리 나는 여왕의 보통 백성 칭얼대던 유년의 기억을 쫓아 여왕의 가슴 안으로 든다 풀냄새 로션 향기가 매혹을 뿌린다 이슬 맛 물기가 함초롬해 코와 입이 어지럽다 엄마,라고 부르기를 간청하며 ..

글(文) 2023.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