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전체 글 1438

가을에는

가을에는 계절 밖으로 떠난 것들을 생각해요한철 짧은 며칠 버스킹하다가 왔던 곳으로 돌아간 싱어들 목숨 같은 악보를 나무와 땅 속에 남긴다고 했어요떠나지 못한 우리는 그 걸 어떤 악기로도 연주하지 못해요인터넷 화면에 유령처럼 떠돌지만그 건 복사한 사본이죠그 계절 다시오면 생음으로 들어요그리워지는 까닭이잖아요 가을에는 사라진 것들을 아쉬워해요고층 아파트 단지 화단에 복고풍 신상 차림 화사한 꽃녀들열흘 못 넘긴다고 쓴 소리 해댔지만가장 작은 열매로 내년의 귀환을 약속한댔어요웹 사이트 구석구석 잔영이 도배되어 떠돌지만그 건 해묵은 복제품이죠화려한 시절 다시오면 고운 생얼로 볼테지요보고 싶어지는 이유잖아요 가을에는 영영 떠난 이들의 생각이 간절해져요 한생 착하디 착하게 열심히 억척으로 의연하게 살다간 이들자기..

카테고리 없음 2026.10.09

잊었던 사람을 다시 만나는 일

어린 시절 잠깐 마주본 시간을 세월의 물길로 아득히 흘러 보낸 뒤, 지긋한 나이(elderliness) 의 길목에서 다시 만났다. 서로 만나야 할 까닭이나 원인은 고사하고 시간과 장소의 좌표조차 찍혀 있지 않았다. 그대로 생의 뒤안길로 가버릴 수 있었다. 잊었다고 아쉬웠거나 그리움조차 구불구불 자작고개 비탈길이었을뿐, 문득 유년의 그 기억이 스쳤을 때, 아! 그 애 그 얼굴.....그냥 지나가는 하루와 같았다. 그런데 다시 시작하는 아침처럼 만났다. 시간은 빠르게 유년의 기억으로 돌아갔지만, 장소는 되돌아갈 수 없어 디지털 회로(回路)를 걸었다. 나를 기억하느냐는 문구를 액정화면에 실어 보내자, 헛! 달(月)에서 오는 웹 전송처럼 전화가 왔다. 010 스마트폰은 빠져나갈 울타리 없이 곧장 귀청으로 목청..

카테고리 없음 2026.10.03

내가 확인될 때

현관문이 먼저 나를 클릭한다디지털 열쇠는 딸림화음이다5잇단음 보표 밖으로 앉아 있는 택배 상자가 온음표매일 미뉴엣 리듬같지만 다카포 기호 같은 악구의 아침 택배다어제밤 결제한 금력의 내가 분명해 진다 늘 나는 희미하다택배는 나 보다 주소와 장소를 찾아온다금력의 출처 따위 슬쩍 못갖춘 마디의 8분쉼표다 어느 위치에서 촛점을 까맣게 칠하고 있든 말든노래는 전깃줄 위의 참새가 한 악절이다내게는 소리의 늘임표가 일도 없다공원의 송풍기 굉음이 불협화음 연주할 때겹줄 세로 그을 권력이 없다 커터로 상자를 열면 나를 아는 물건이 까꿍한다기다린 시간이 간주곡을 지났는데 나 보다 어린 물건이층간의 소음처럼 뛰는 발이 예쁜 그 것이다자란 완주곡이 여전히 G선상 아리아 같은 이기적 유전자 흐름으로거실 바닥을 차지하듯 내가..

글(文) 2026.09.29

흠 없는 사람

가씨 만년남은 이따금 운(運)이 없는 날이라고 푸념한다. 운이 그에게 온 적이 있었는지 모른다.나씨 중년남 어제 레버리지 주식이 떨어졌다고 , 주택담보대출을 후회한다. 그이 주택은 로열 층 아파트다. 다씨 만년녀는 하나 뿐인 며느리가 자주 오지 않는다고 비난한다. 1년 같이 사는 계획이 처음부터 깨진 상황이다.라씨 MG남은 혼기가 넘도록 청첩장을 안 쓴다. 뻐꾸기 둥지 같은 집을 가질 수 없다고 한다. 마씨 정치녀는 비례 국회원이 된 후 네거티브 정치신념에 열심이다. 비례대표제가 선정(善政)의 가늠자가 될까? 바씨 어느 정당 대표는 싸워서 이길 것이라고 포효한다. 뜨럼프일까 뿌틴일까. 사씨 한 교수남은 AI의 미래가 찬란하다고 한다. 현재 그의 논지가 무서운 인공지능이다.아씨 상담전문녀는 모든 사람의..

소묘 2026.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