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나무가 되어 오월의 나무와 마주 설 양이면 질문하지 않는 대답을 준비해야 한다 나무처럼 푸른 적이 있을 텐데 왜 다시 푸르러지지 않느냐고 나무가 묻지 않는 질문을 할 때 적어도 다시 봄을 맞은 사람으로서 삶의 앞이 미세먼지 투성이어서 미처 준비 못한 색이라고 더 다채로운 낙엽을 짐작하기 때문이라고 오월의 나무 아래 서려면 이미 나온 대답을 내 놓지 않는다 들어 보지 못한 질문을 상상해야만 한다. 글(文) 2021.05.03
신록 한가운데서 솔바람이 숲을 읽고 있다 신록의 초록에 겨워 소리 내어 읽는다 새 소리를 배경으로 깔고 작은 들꽃까지 세밀하게 낭송한다 듣고 있는 사람은 듣고 있다가 한 그루의 나무가 된다 우두커니 서 있다가 가지를 벋는다 혈관 따라 물관을 내고 금세 한 키로 자란다 내려앉아 풀잎이 되는 사람 있다 나비가 알아보는 꽃을 피운다 바람이 먼저 읽는다 솔바람의 낭송을 듣는 사람은 숲에서 한 그루의 나무다 풀밭에서 한 송이의 꽃이다. 글(文) 2021.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