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하루가 시작되는 새벽 3시 전후에 귀를 열면 앞산 먼 데서 소쩍이의 야상곡이 들린다. 소쩍! 소쩍!...아니 접동! 접동!으로도 들린다. 맹금류답지 않게 여리고 애잔하다. 배고픈 시절에는 '솥 적다'로 들렸다지만, 감자와 옥수수로 연명하던 내 어린시절 한밤중의 접동새(소쩍새) 울음은 까닭없이 슬프게 들리는 애가(哀歌)였다.
소쩍이의 노래가 사라질 쯤에 뻐꾹이가 8분음표 4분의 2박자 노래를 부른다. 가사 내용이 탁란(托卵)으로 부화를 기다리며 애간장을 태우는 기간인지 역시 애절하게 들린다. 4시쯤의 여명이 밝아오는데, 역시 탁란으로 아기새의 부화를 기다리는 희망이 담긴 듯 명랑하고 생기찬 가락이 16분음표 3잇단음의 두견이 목소리가 작은 도시의 아침을 깨운다. 잇따라 되지빠귀? 개개비? 잘 구별할 수 없는 노래 사이로 재잘대는 참새들의 노래가 32분음표로 멈출 줄 모른다. 느닷없이 뻐꾹이가 뻐뻐꾹, 뻐뻐꾹 매우 빠르게 3박자로 부르며 숲을 가로질러가면 타악기를 두드리듯 까치가 탁음(濁音)의 4박자 가락이 다카포(da capo) 돌고돈다. 까마귀 잇따라 반주를 넣을 때면 제법 강렬한 2박자의 음울한 행진곡(?)이 기걸차다.
새들의 교향곡 음역에서 마치 배경음처럼 들리는 저음의 풀벌레 소리하나...........귀를 의심할 정도로 분명히 들리는 귓도리(귀뚜라미 옛말)의 첫 음원 발매였다. '2025년 노래하는 곤충 K-pop 서막'을 알리듯 조용하고 한결같은 음결이이다. '가을의 전령사'로 교과서에서 배웠지만, 30도 상하로 오르내리는 폭염의 7월에 귀뚜라미의 첫 음원 공개라니!.....내 가청 음역의 오류가 아닐까? 먼데서 들리는 것을 보면 땅 위로 갓 올라온 한살배기 어린 귀뚜리알까 싶다. 가을이 다가올 때면 3층 내 방에서도 마치 방구석에서 연주하는 현악기 음처럼 가까게 들렸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 5시 경이면 어김없이 소방도로 골목을 돌아가는 어느 아저씨의 낡은 스쿠터 소리가 부릉거릴 무렵, 새들의 노래가 끝나고, 노래를 마치지 못한 참새가 전선 위에서 오선(4선, 3선)에 음표를 그린다. 이따금 까치가 후렴을 넣으면, 7월의 아침해가 달아오른다. 해는 빛으로 노래를 전한다. '더워 다워 더워' 가사가 음표도 없이 도시의 전선 위로 불타는 가락을 그려나간다. 이미 선풍기 에어콘 바람 소리가 하루 음역의 거지반을 채운다.
나는 유튜브의 힐링 음악 영역에 들어설 때까지 생활의 잡음에 하루의 반 귓바퀴를 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