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2025/07 15

바다 풍경 海景 seascape 한 폭

바다의 이미지가 풍기는 서정적인 감성이 잔잔합니다. 우리의 마음을 맑고 시원하게 만드는 바다의 내면이 우리들의 화폭에 그대로 전달되기 때문이겠지요. 그림의 깊이는 늘 그리는 사람의 감상과 감정에 의헤 더 깊어지는 것 같아요. 마음껏 화필을 노 저어가며 바다를 누비는 마음이 잘 나타나 보입니다. 여전히 속도감 있는 운필(運筆) 과 '색채에 의한 원근'의 표현이 숙제로 남이 있긴 하지만, 오랜 시간 지나온 관록이 엿보이기도 합니다. 조만간 wet on wet 기법의 진수가 구현될 것입니다. 💕

눈썹달

밤 3시. 월력(月曆) 스므엿새의 하현달. 그녀는 앞 마을 고층 아파트 위에서 눈을 내리 감고 있다. 자고 있는 것일까. 어제 저녁 늦게 동산(東山) 위로 올라와 아파트 옥탑위에서 자는듯 하다가 3시에 두 뼘 위로 올라왔을 것이다. 눈매가 영롱하고 밝다 . 잠 못들고 창가에 서 있는 사람을 내려다 보는 눈매다.말하지 않아도 들리는 목소리로 말을 거는 눈빛이다. 서로 보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문자를 주고받는 눈길이다. 달의 문자와 사람의 언어가 만나면, 쓰지 않아도 읽을 수 있는 글월이 된다. 소리 내어 읽지 않아도 눈 안으로 쏙쏙 들어와 망막에 전사(傳寫)되는 글자다. 소쩍이는 그 언어의 음을 들었을까. 3시 전부터 새의 언어로 화답하듯이 읊조리고 있다. 눈매 고운 언어로 전송하는 달의 음성에 '솥 ..

글(文) 2025.07.22

고요한 일요일 Silent Sunday

삼경(三更 3-5시) 인시(寅時 3시)........이 시간 쯤이면 추풍령-김천구간 514국도변 건너 3백여 미터 앞산 숲에서 소쩍이가 소쩍 소쩍 심금( 心琴)현 타는 야상곡을 부른다. 3시가 되기 전에 조간신문 배달하는 오토바이가 크레센도 악상 기호를 달며 아래층 현관 앞을 지나간다. 며칠 전 깜짝 출현했던 귀뚜라미의 다리 현금 연주도 이때쯤이었다. 앞집 옥탑 뒤로 막 돌아가는 하현달이 거실 바닥까지 들어와 스트레칭 하는 내 매트 옆에 눕는 시각이다. 달빛 발목 손목에 휘감으며 몸을 뒤척이다 보면 4시 쪽으로 시계바늘이 기울고, 앞집 치킨 프렌차이즈 부곡점에 식재를 배달하는 냉동차의 엔진 소리가 달달달 트레몰로 연주를 한다. 식재 상자를 오르내리는 소리가 끝나고, 소방도로 골목 귀퉁이로 사라질 무렵..

글(文) 2025.07.20

하순下旬의 달月

비가 계속 와서, 비를 계속 내려보내야 하는 재구름 뒤에서 달(月)은 근심이 깊다. 포도 송이 송알송알 탐스러운 7월이 다 가도록 우량(雨量)이 너무 많다. 날씨 맑은 밤 달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걱정을 안긴다. 사람이 심은 나무를 넘어뜨리고, 잘 세운 옹벽을 무너뜨리고, 심지어 사람과 삶의 방편들을 부수고 떠내려 보낸다. 달의 얼굴이 반쪽이다가 숫제 오른쪽 볼이 푹 꺼진다. 상순(上旬) 동안 둥그럴 때는 부지런히 밤하늘을 건너 서쪽 산 너머로 내일을 향해 가다가 우기(雨期) 닥친 중순(中旬)부터 점점 야위었다. 잿빛 구름이 잠시 비켜선 밤이면, 거실 창으로 전지 크기의 갱지를 들여 보내 바닥에 깐 뒤, 이 잠깐의 맑은 밤이 어디서 무엇을 하다 왔는지 가득 적는다. 그 내용을 내가 읽을 때 삼경(三更..

글(文) 2025.07.19

폭우 暴雨 heavy rain

양철 골판재로 지붕을 덮고나서 여러 번의 여름이 지났다. 그동안 그 지붕을 지나간 겨울비를 비롯, 봄비의 조용한 발소리를 들었다. 한밤중 작은 발소리에도 귓속의 달팽이가 깨어나 느릿느릿 창가로 귓바퀴를 굴려가곤 했다. 공원의 조명 빛과 건너편 고층 아파트의 드문드문 켜져 있는 전등빛이 비오는 밤의 별자리처럼 떠 있어 홀로 잠을 깬 밤이라도 외롭지 않았다. 창유리에 맺힌 빗방울이 밖의 불빛에 방울의 내면을 반짝이는 어떤 신호마저 내 마음의 뉴런( neuron 神經元)에 닿아 전두엽 쪽으로 0과 1을 보낸다. 나는 숫자를 구별하지 못하고 0이면서 1같은 감정, 1이면서 0 같은 느낌을 물방울에게 다시 전사(傳寫)한다. 그러면 밤은 점점 더 촉촉하게 검고 투명한 인견(人絹) 린나이 자락을 귓전으로 감아든다. ..

글(文) 2025.07.18

바닷가 풍경 하나

▶그리기 과정: 하늘 먼저 그릴 때 물을 칠하고, 세룰리언(밝은파랑) 물감을 오른쪽 침엽수까지 덮어 칠한 뒤, 바로 티슈로 찍어내 구름을 묘사한다. 이어 바다를 칠할 때 하늘에 칠했던 세룰리언을 먼저 바르고, 코발트 불루(파랑)물감으로 덧칠하며 물결을 짓는다. 흰 파도 포말은 역시 티슈로 물감을 닦아 낸 뒤 코발트불로 파도 모양을 내고, 울트라마린(군청)으로 덧칠하여 라인을 살린다. 이후 원경(遠景)의 나무는 옅은 올리브 색으로 칠하고 가까이 올수록 샙 그린과 비리디안 휴를 부라운(갈색)이나 반다이크 부라운(고동색) 색을 섞어가며 침엽수의 특징을 묘샤한다. 뒤쪽 절벽은 옅은 각색 톤으로, 가까이 올수록 짙게 칠하고 반다이크부라운, 혹은 번트엠버 색등으로 바위 요철부분을 나타내며 바닷물이 젖어 짙게 변한..

수채 풍경화 2025.07.15

수면에 잠긴 돌과 드러난 돌멩이 사이

물(水water)이 사람(人person)을 부르는 계절. 물 곁에 사람이 가면 측(汄물굽이 측)이 된다. 물가에 서면 물을 잘 볼 수 있다. 맑고 투명하면 물 속이 보인다. 물은 음흉하지 않다. 속일 일은 더 없다. 안고 있는 돌멩이 하나, 수초 잎, 물고기 한 마리 감추지 않는다. 숨는 건 고기일 뿐이다. 깨긋한 물이 내 보이는 돌멩이도 거의 숨지 않는다. 사람은 물속을 들여다 보며 가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감추고 싶은 내 모습을 물은 감추지 앟는다. 잠깐 나르시스( Narcisse )를 닮는다. '난 미남 측에 들어.' '미녀가 될 감이야.' ㅋㅋ . 물은 거울 보다 현실적이다. 거울 앞에서, '거울,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어쩌구'하는 백설양의 계모 보다 물이 더 착하다, 거짓말 할 ..

수채 풍경화 2025.07.14

달무리 지는 밤

7월의 상현달은 '엿보는 밤의 달'이다. 둥근 달의 밤에는 더욱 적극적이다. 가장 깊은 밤의 3시. 남향 창으로 들어와 방바닥을 건너 동향 벽 아래까지 뻗은 달의 눈빛을 따라 남향 창으로 다가가 저 무람한 달을 올려다 본다. 서남쪽 하늘에 낮게 떠서 내려다 보고 있다. 동그란 눈빛으로 창턱을 훌쩍 넘었다. 무더위 견디느라 활짝 열여젖힌 창문을 노크도 없이 아예 기척도 없이 들어와 침대 모서리에 홋이불 조각처럼 비껴 늘어뜨린 눈빛이 창백하다 못해 푸르다. 목재형 무니의 장판을 깐 방바닥에 길게 늘어뜨린 달의 '엿보는 눈길'을 읽는다. 앉은뱅이 책상 위의 노트북이 목격 되고, 검정 마우스가 달빛에 노출 되자 반쯤 숨어든다. 하얀 모노 젤펜이 서쪽으로 펜촉을 겨누고 잠재된 오늘의 일기를 서술하고 있다. 동향..

글(文) 2025.07.12

나의 가청 음역 可聽 音域

나의 하루가 시작되는 새벽 3시 전후에 귀를 열면 앞산 먼 데서 소쩍이의 야상곡이 들린다. 소쩍! 소쩍!...아니 접동! 접동!으로도 들린다. 맹금류답지 않게 여리고 애잔하다. 배고픈 시절에는 '솥 적다'로 들렸다지만, 감자와 옥수수로 연명하던 내 어린시절 한밤중의 접동새(소쩍새) 울음은 까닭없이 슬프게 들리는 애가(哀歌)였다. 소쩍이의 노래가 사라질 쯤에 뻐꾹이가 8분음표 4분의 2박자 노래를 부른다. 가사 내용이 탁란(托卵)으로 부화를 기다리며 애간장을 태우는 기간인지 역시 애절하게 들린다. 4시쯤의 여명이 밝아오는데, 역시 탁란으로 아기새의 부화를 기다리는 희망이 담긴 듯 명랑하고 생기찬 가락이 16분음표 3잇단음의 두견이 목소리가 작은 도시의 아침을 깨운다. 잇따라 되지빠귀? 개개비? 잘 구별할..

글(文) 2025.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