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수채 풍경화

나의 신데렐라를 상상하며

담우淡友DAMWOO 2025. 12. 18. 08:34

 열아홉 개의 구멍을 가진 연탄(煉炭)이 몸과 마음을 데우던 시절이 있었다. 검고 무거운 거기서 나오는 연기는 잘 보이지 않았고, 냄새는 살생의 비수를 품고 있었다. 그래도 저녁을 짓고 새 것으로 갈아 넣으면, 열기와 불꽃이 이튿날 정오까지 뜨겁게 삶의 연관을 이어주었다.  

 연탄재를 버리려면 두 덩이 연탄재가 알맞게 들어가는 양철통에 담아 대문 밖에 내다 놓을 때, 벌거벗은 듯이 살빛으로 변한 연탄의 모습이 고마운지 미운지 분간이 잘 서지 않았다. 옆집 건너 긴 머리 소녀가 연탄 가스 따라 집을 떠났고, 신문에 난 중독 사건은 그나마 신문을 구독하는 독자의 쯧쯧~ 정도의 명복을 받을 수 있었다. 양철통이 없어 금방 갈은 연탄의 열기가 식은 뒤 비닐 봉지에 담아 내어 놓았다. 지나가던 행인이 심심풀이로 걷어차면 부서져 흩어진 재를 쓰레받기로 쓸어담아 다시 봉지에 넣을 때 재티와 먼지가 신발 코에 묻곤 했다. '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며 연탄재의 뜨거운 잠재 열기를 눈여겨보는 안도현의 시심(詩心)이 겨울 한파를 녹이던 시절이었다.    

 달동네 언덕바지의 셋방에서 옹송그리며 살아가는 골방의 딸내미 책장에는 재투성이 소녀의 환상적인 동화책이 겨울을 견디고 있었다. 부유한 평범을 누리며 살다가  재를 뒤지어쓰며 허드렛일을 하는 신세로 전락했지만, 아름다운 성(城 castle)에서 열리는 파티에 참석했다가 멋진 왕자와 마주친 눈이 빛난 후에 마법의 유리구두 한 짝으로 환상적인 삶으로 돌아간 신데렐라(Cinderrella 재투성이 아이) 이야기는 연필 쥔 손을 호호 불어가며 숙제를 하는 딸내미에게 가늘지만 긴 꿈의 낭만을 전해 주고 있었다. 자신은 재투성이 소녀가 아니면서, 그런 처지가 되어 본적도 없으면서, 꾀재재한 몰골로 살아가다가 360도 달라진 신데렐라의 신부상승에 마음의 결핍을 상쇄하고 있을 때, 마법을 부릴 수 없는 부모는 말없이 성애 낀 창문을 바라보았다. 딸내미의 환상이 얼어붙지 않기를 맘속으로 바라면서 동화책을 더 사 줘야지 생각을 했다.

  어쩌다 검은 연탄을 싣고 가는 트럭을 발견할 때면 아직도 연탄을 때는 곳이 있구나~!!! 하얗게 잊어버린 19공탄 시절을 회억(回憶)한다. 그리고 열심히 살아온 삶의 길이를 한 뼘 두 뼘 세월의 공간에 뿔자를 대어 잰다. 머리에 분홍색 스카프를 쓴 채 주방에서 거실로 신데렐라가 아닌 츤데렐라 왕자와 티격태격 살아가는 딸내미를 그윽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삶이란 재투성이 소녀에서 왕비의 드레스로 갈아입는 게 아니라, 평범한 긴머리 소녀에서 뽀글머리 아줌마가 되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다만.....가끔 여전히 아름다운 유럽 어느 나라의 성(城)을 영상으로 보며, 잊었던 신데렐라의 선한 상승을 동화를 읽듯 상상해 보는 것이다. 그 건 비싼 허영이 아니기 때문에.................😁💕

 

 

 

디즈니 애니의 신데렐라 성(城 castle)에 영감을 주었다는 노이슈반스타인 성.

       

'수채 풍경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출 후에 日出 後 after sunrise  (4) 2026.01.03
시간 밖으로 나갈 때  (1) 2025.12.28
번지내투입  (0) 2025.11.14
밤 가을비가 또 다녀갔다  (0) 2025.11.02
바닷가 풍경 하나  (5) 2025.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