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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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文)

수상한 봄

담우淡友DAMWOO 2026. 2. 21. 16:18

  오후 햇살이 따스해서 현관을 나와 소방도로 건너 아이들 소리 참새 만큼이나 재잘대는 공원을 지나, 신호등마저 발갛게 물드는 대로변에서 에메랄드 빛 신호등을 기다리는 동안 햇살은 더욱 따스해지고 있었다. 추풍령을 넘어와 남동쪽으로 국도를 따라 부는 바람은 차갑지만 이내 영상의 수은주룰 머금은 공기는 부드럽고 온순하다. 

 강변에 다다랐을 때 수면 위엔 흰뺨오리 여러 마리가 물살을 가르고, 눈부시게 한얀 백로는 물고기와 잔인한 뽀뽀를 겨냥하며, 산책하는 사람들의 앞길에는 색색의 반려견이 신나게 달음박질하고 있는 풍경....................오! 이 모든 광경을 재생하고 있는 프로듀셔가 누구인가?.................광범위하게 은신한 채로 이 모든 생성의 장면을 팟캐스트( podcast) 하는 봄(春 spring)을 용의 선상에 올린다.

 서둘러 온 것일까. 누구를 위해 새도 개도 모르게, 아저씨 아줌마도 모르게 스르륵 온 것일까. 냇물에 사는 철새를 위해서, 몸이 근지러워  발버둥치는 반려견 운동시키기 좋으면 가디건에 추리닝 바지차림의 주인 누나 나플거리기 좋으라고........연유는 모르겠지만 봄의 속셈을 짐작할 수가 없다. 입춘 추위가 지나갔고, 꽃샘추위도 있어야 할텐데..........잎샘추위 때 상큼한 바람과 함께 강변도로 전체를  포시랍게 감싸던 봄의 오지랖을 기억한다. 

 아직 밝고 명랑한 햇살을 핑계삼아 슬쩍 발을 디딘 봄이 올 때가 아니라는 예년의 기후 사실이 기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꽃샘 잎샘 시샘 다 치루고 난 후에야 남실남실 레이스 꽃치마 펄럭이며 맨발 같은 버선발로 온다는 이미지가 여전히 여여한데 강변에 나갔다가 마주친 봄이 얍실한 잔등이 자지러지도록 낯설다. 금방이라도 목덜미로 감겨오는 섬섬옥수에 그만 정신이 아뜩해진다. 

 봄처녀 가곡이 있지만, 봄줌마 가요라도 음원 발매를 서둘러야 할 것 같다. 수은주마저 헌혈했는지 해모글로빈을 가득 섭취한 봄의 자태 곳곳에 꽃나무들이 터뜨릴 움을 봉긋봉긋 가지끝에 채비하고 있다. 아줌마 아저씨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걸음걸이에도 되찾은 생기가 벌써 파릇하다.

 이대로 봄씨! 화장품 담은 파우치를 열고 화장을 하며 초여름 4월까지 머물러도 상관없지만, 입춘(立春)을 서두에 명기하고, 설날을 지나 우수(雨水)까지 수록한 2월의 달력에게 할 말 있지 않을까????? 경칩(驚蟄)지나서 천천히 와도 될 것이라는 달력의 자연 절기(節氣)를 가로지르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고 귀찮아 할 수가 없다. 밉게 여길 수가 없다. 언젠가는 꼭 와야하고 오면 무척이나 반가운 봄이었니까.

 

 강변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봄이 해와 어떤 협업을 밀약했는지, 해가 쏟아내는 햇살이 더워서 옷 안으로 땀이 먼저 움을 틔우고 있었다. 내 몸에 금세라도 움튼 목련이 필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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