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살 쯤 이맘때였을 것이다. 개울 고수부지에 건조한 봄바람이 이아치게 불고 있었다. 그네는 고사하고 미끄럼틀 하나 없는 산골에서 갈색으로 빛 바랜 억새 숲이 나부끼고, 버들개지 피는 냇가는 뒷산과 더불어 또 하나의 자연 놀이터였다. 5형제 중에서 바로 아래 동생 둘과 찬바람을 콧등으로 넘기며 냇가로 나와 슬쩍 가지고 온 성냥을 꺼내 들었다. 아버지의 라이터를 함부로 손댈 수 없었던 시절이라 머리가 빨간 성냥은 부엌 부뚜막 어디서나 손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어머니가 아궁이에 마른솔잎을 넣고 성냥을 탁 그어 불을 붙일 때면, 노랗고 붉게 금세 타오르는 불꽃이 언제나 꼬물꼬물 금빛 벌레였다. 성냥곽에 붙어 있는 적갈색의 마찰면에 머리 빨간 성냥개비를 부딪쳐 마찰할 때의 야릇한 촉감은 성냥을 놀이기구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