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밤에 오는 비
도르래 소리 낮게 창문을 열라고 한다 음감 지닌 같은 방 누구 하나 쇳소리에 깨지 않게 빗방울 소리에 깨면 귓전에 닿는 입술 하나 돋게 탁, 소리 나지 않게 끝까지 밀지 말라고 한다 나뭇가지에 새 순 돋을 때 시끄럽더냐고 묻는다 머리가 젖는다고 들어가 버린 가로등이 없고 신호등이 번갈아 눈을 뜨는 걸 보라 허리가 다 젖도록 서 있는 전봇대를 보라 도로에서 샛길 까지 젖은 곳이 더 젖는 골목조차 비대면 마스크를 귀에 걸지 않는다 베갯잇에 낙수 소리 넣어 두라고 한다 돋은 꿈 한 잎 촉촉하게 렘수면 건너가게 건너가 만난 새 입술과 만나 빗소리 한 소절 읊게 푹 젖어서 사랑이 뚝뚝 떨어지게 도르래 소리가 나도록 닫지 말라고 한다 잔소리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