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위 생명의 모든 존재는 우연일까 필연일까. 일요일 아침이면 삼 층에서 일 층까지의 습식 인조대리석 계단을 닦는다. 건식 대리석이 아니라서 물청소를 하지 않고 대걸레와 수건으로 일일이 닦는다. 층계참에서 층계 하나 하나 닦다 보면, 모래나 먼지 외에 벌(바다리), 나방, 파리 등의 사체를 쓸게 된다. 심지어 작은 거미줄 집을 지은 실거미나 쥐며느리 같은 벌레도 포함 되곤 한다. 그들은 어느 날 열린 현관문 안으로 들어왔다가 다시는 나가지 못하고 아사했을까. 갈증에 말라죽었을지도 모른다. 층계참에 다육이를 포함한 화분이 놓여있었지만 아무런 도움이 안됐던 것 같다. 방충망 친 창이 열려 있어 바깥 공기가 통하고, 방충망 없는 프로젝트 창문이 빠꼼히 열려 있었지만, 그들은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인조대리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