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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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18일 요즘 이야기

담우淡友DAMWOO 2012. 6. 18.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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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을 해서 아내가 되고
    서은이를 낳아서 엄마가 됐다.

    아내는 남편에게 순종해야 하고
    엄마는 자녀를 말씀으로 키워내야 한다고
    ... 성경이 너무 분명하게 말해서
    나는 zero가 된 것만 같다.

    할 수 있는 게 없다. 이제 예전처럼은(내가 스물 대여섯 살까지 하던 것 처럼)공부도 놀기도 외박도 쇼핑도 잠자기도 하다못해 청소도 '예전처럼'은 못한다.
    나는 언제나 아내이고 엄마니까.
    "나"는 이제 0.

    하나님께서 아내이고 엄마인 나를 zero로 만드신 건 하나님이 세우신 질서다.

    0은, 혼자서는 아무 의미도 없는 숫자다.

    다른 숫자 앞에 붙으면 붙을수록 그 숫자는 작아진다

    그치만 어떤 숫자라도 0이 뒤에 붙기 시작하면 그 수는 커지기 시작한다.
    남편과 아이가 아무리 작은 수를 가지고 있어도 아내이고 엄마인 내가 뒤에서 자리를 지키면 우리 가족이 가질 숫자는 한없이 커지는 거다

    이제 내가 가진 숫자는0뿐이고 나의 자리는 제일 뒷자리다

    나는 서은이를 앞질러 갈 욕심을 내면 안되고
    남편을휘둘러 끌고 다녀도 안 된다

    나는 zero가 된 "아내"이고 "엄마"니까
    — 우리집 내방 침대 이불아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