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2024/03 8

삶이란

나를 기억하는 사람들과 기억을 나누는 것 내가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기억하고 싶은 그들의 기억을 보내면 그들이 기억하고 싶은 나의 기억을 화답으로 보내고 나는 그 기억을 수정해서 가슴 아래쪽에 보관한다 저장된 기억을 가끔 꺼내보며 내가 살아가는 이유 사람들이 이유가 되는 변병을 첨부하고 이유가 있어 원인이 없어도 좋은 시절을 보낸다 산다는 건 기억을 가꾸는 것 내가 기억하는 사람들과 기억의 밭을 일군다.

글(文) 2024.03.28

봄은 왔지만

​​ 와서 들에 정원을 펴고 집집마다 화분에 손질을 하고 내 단전에도 내려와서 꽃씨를 심었지만 더 나은 원예가 수십 뽑는다고 전정 가위질 한 번 제대로 못한 사람 화분갈이 부토를 만지기 꺼리는 사람 꽃 가지 잘못 자르고도 가위를 치켜든 사람 꽃이 피면 어떤 메일 먼저 써야할 지 모르는 사람 알면서도 모르고 모르면서도 아는 사람 사람 사람 사람 사람 ​ 꽃샘을 지나 잎샘으로 바람 부는데 숙련공인 봄처럼 나무와 꽃을 나열할 때 높이와 길이를 보는 눈 흔들리면 좌우 폭에 따라 눈길을 주는 깐 어느 눈길에 저게 예쁠까 짐작이 총명한 마음 ​봄은 공평한데 안팍이 다른 원예가만 자꾸 불어나는 우리들의 공공 정원 ​ 봄은 무성한 잡초마저 꽃을 다는데 화분에 가둔 화초만 물을 주는 손길 꽃의 뜻을 편 봄이 울타리에 송..

글(文) 2024.03.23

오후의 봄바람

먼 산을 넘어 비닐하우스 단지 들을 건너 새 움트는 나무들을 만졌을 것이다 연못 수면을 슥 훔치고 왔을 것이다 산수유 꽃 흐드러진 나무 아래 그네 의자에 앉아 있는 내 마음 오후 햇살에 나른한 목 아래까지 와 심심한 살갗을 만지네 슬며시 잔잔한 생각을 클릭 클릭 빈 화면이던 마음 자락에 노란 꽃잎 가득 채우네. 봄바람 부는 오후의 연못가 그네 벤치에 앉아 있노라면, 얼굴 부드럽게 매만지는 바람의 손길에 빠져든다. 오! 우훗. 그럴 때면, 나라 안의 여당 야당 선거판 니전투구( 泥田鬪狗 )나 북한의 미사일 시위, 우크라이나-러시아 쌈박질도, 열세의 하마스와 악착같은 이스라엘의 다구리도 잠결인듯, 꿈결인듯.....소리없이 봄을 준비하는 나무와 풀만도 못하다. 지난해 푸르렀던 갈대 숲이 더 사람(人間)스럽다...

글(文) 2024.03.17

알함브라 宮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의 그라나다 주에 있는 이슬람 궁전. 이슬람 제국이 이베리아 반도 통치시 지은 궁전으로 알려져 있다. 궁전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스페인 출신 기타리스트 프란시스코 데 아시스 타레가 이 에익세아(Francisco de Asís Tárrega y Eixea 1852-1909)의 기타연주곡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Recuerdos de la Alhambra) '은 청소녕년 시절부터 귀에 익도록 들어온 명곡으로 알고 있다. 화려한 트레몰로(tremolo) 기법으로 연주 되는 그 기타 연주곡을 듣고 있으면, 궁전 내부에 새겨진 이슬람 특유의 정교하고 수려한 문양이 상상으로 그려진다. 비록 사진으로 보고 전경의 일부 밖에 그리지 못했지만, 외부는 붉은 색조로 지어진 요새같아 웅장한데도 불..

슬로베니아 블레드 城

중유럽 유럽발칸반도에 위치한 슬로베니아 공화국(Republic of Slovenia)의 성(城) 유적 역시 유럽픙의 성채를 지니고 있다. 블레드 호수( Blejsko Jezero) 물가 절벽 위에 세워진 블레드 ( Bled castle) 성채의 위용이 고색창연하다. 중세 유럽의 성이 풍기는 첨탑과 수직의 풍채가의 선(線line) 과 그 흐름의 미(美)가 그림으로 재현하고 싶은 유혹을 불러 일으킨다.

노이슈반스타인 城

동화 백설공주의 배경이 되었다는 독일 퓌센 호엔슈반가우 산 위에 오똑 서 있는 노이슈반스타인 고성(古城) Schloss Neuschwanstein 웅장함에다 오밀조밀 스마트한 모습에서 저 성에서 살았다는 루트비히2세( Ludwig II 바이에른 왕국 제4대 국왕 )의 몽상가적 내면이 느껴진다. 백설공주나 잠자는 숲속의 공주 같은 공주시리즈 동화가 솔솔 흘러나올 개연성(蓋然性)이 충분하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서 고난과 역경을 건너 마침내 본래의 영화(榮華)를 찾는 신분의 '고루한 패턴'을 불식시킬 만큼 화려하며 고즈넉하다. 가서 직접 보지 않고도 이러한 느낌을 갖게 하는 성(城 castle) 노이슈반스타인. 꼼꼼하게 묘사해 보았는데 탑과 성곽을 그리다가 비례(比例)를 놓쳐 내 깜냥대로 그린 작품이 되어버..

청와대 관람기

아래 기록은 개인적인 감상임.^^* 하얀 용마루와 내림마루 양쪽으로 나빌레라 푸른 지붕 아래 밝은 대리석 빛 모양의 서까래, 공포, 단청 그리고 기둥과 기단까지 백의의 아름다운 청와대 본관 앞에 섰을 때다. 웅혼한 북악산을 등지고 너른 금잔디 앞마당을 안고 서 있는 모습이 한 나라의 지세와 백성을 넉넉히 품어 다스릴 것 같은 자태였다. 안으로 들어가서 주단(朱丹)이 깔린 계단을 오르면 양쪽으로 집무실, 접견실, 초상화실 등등 여러 기능의 방들이 촘촘히 둘러 이 건물이 한 나라에 어떤 쓸모가 있는지 꼼꼼하고 세심하게 그 내면을 보여 주고 있었다. 화려하면서도 아늑하고 조용하면서도 비밀한 분위기를 안고 있었는데, 구석구석 돌아보면 볼수록 이 내용들이 어떻게 백성의 마음과 고민에 닿는 경계가 있는지 궁금해졌다..

글(文) 2024.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