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글(文)

2021 추석

담우淡友DAMWOO 2021. 9. 19. 07:16

  산딸나무 열매가 붉게 익을 때
  추석은 왔지만 
  사람은 오지 않았다

  마음은 갔지만
  몸은 가지 못했다

  가고 오는 것은
  장소의 이동에 불과했다
  장소는 어디에나 그대로 있었다
  마음은 아무 곳에나 갈 수 있었다 
  아무 데나 갈 수 있으면서
  아무데나 가지 않았다
  억지로 가는 사람 보다 못했다
  갈 뜻은 있으면서 가질 않았다
  
  몸은 갈 수없으면서 마음이 시렸다
  마음은 갈 수있으면서 속이 쓰렸다

  추석은 망설이지 않고 왔는데
  사람은 망설이며 가지 않았다
  망설이다 갈 맘은 있었다
  
  몸이 끝내 망설였다
  마스크를 썼기 때문에 
  몸짓이 드러나지 않았다
  추석과 마스크는 일도 관련 없었다
  코로나와도 상관하지 않았다
  
  연관 있는 사람만 다
  몸과 마음에 안개가 내렸다

  추석은 갔지만 사람은 가지 않았다 
  모두 장소에 남았다
  산딸나무 열매는 더 붉게 익고 있었다.


가족 완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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