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딸나무 열매가 붉게 익을 때
추석은 왔지만
사람은 오지 않았다
마음은 갔지만
몸은 가지 못했다
가고 오는 것은
장소의 이동에 불과했다
장소는 어디에나 그대로 있었다
마음은 아무 곳에나 갈 수 있었다
아무 데나 갈 수 있으면서
아무데나 가지 않았다
억지로 가는 사람 보다 못했다
갈 뜻은 있으면서 가질 않았다
몸은 갈 수없으면서 마음이 시렸다
마음은 갈 수있으면서 속이 쓰렸다
추석은 망설이지 않고 왔는데
사람은 망설이며 가지 않았다
망설이다 갈 맘은 있었다
몸이 끝내 망설였다
마스크를 썼기 때문에
몸짓이 드러나지 않았다
추석과 마스크는 일도 관련 없었다
코로나와도 상관하지 않았다
연관 있는 사람만 다
몸과 마음에 안개가 내렸다
추석은 갔지만 사람은 가지 않았다
모두 장소에 남았다
산딸나무 열매는 더 붉게 익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