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소묘/펜화 pen畵

야외 스케치 野外 sketch

담우淡友DAMWOO 2025. 6. 8. 07:37

 휴일(休日 rest day). 

 이틀 또는 사흘 간의 연휴(連休)가 있는 날이면 조금 먼 밖으로 나간다. 작은 스케치북과 r검정 네임네임펜을 챙겨든다. 햇살은 눈부시게 쏟아지고, 풀과 나뭇잎은 싱그러운 초록이다. 이따금씩 바람이 부드럽게 볼을 스치고, 새들 소리가 들린다. 순간처럼 지나가는 나비 한 마리, 꿀벌 한 마리가 꽃으로 시선을 이어 준다.  

 초목으로 우거진 산은 소리가 나지 않아도 싱싱하게 살아 있다. 능선을 따라 내면의 꿈틀거림(動勢 movement)을 자아낸다. 능선 자락 끝에 오도카니 서 있는 정자(亭子)가 있으면 산은 더욱 멋드러진 모습을 갖춘다. 산이 있어 정자가 있고, 정자가 있어 산이 의젓하다.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 길에 한  줄 문장(文章)을 짓게 한다. 시어(詩語) 여나문 게 떠올리게 한다. 그 게 풍류(風流 tastes and styles)라면 옛 선인(先人)들로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풍류객(風流客) 다름 아니다.

 울창한 나무 그늘 아래 앉아 스케치북을 펴고, 네임 펜의 펜촉을 지면 위에 대는 순간부터 풍류룰 따라 흐르는 마음의 선(線line)이 누에가 명주실을 뽑아 고치를 짓듯 눈앞에 펼쳐진 자연의 멋진 모습을 같은 형상으로 겯는다. 선과 선이 형태를 갖출 때쯤, 바람은 이미 여러번 지나갔고, 햇살은 나뭇잎 사이로 줄곧 빛났다. 말이 없던 시간이 한 시점을 알리고, 네임 펜의 선이 멎으면, 스케치북에 담긴 자연(自然) 소박한 소묘(素描 rough drawing)가 여유롭게 앉아 있다.

 한 폭의 소묘는 한 폭의 자연이다. 내 가슴에 담은 한 폭의 자연이다. 자연을 슥, 그냥 지나가면 나와의 관계가 밀접해지지 않는다. 내가 본 자연의 아름다움과 감동을 오래 품으려고 자연의 풍경을 스케치북에 그린다. 휴대폰을 들어올리고 연신 카메라의 버튼을 눌러대는 행위도 이와 다르지 않다. 멋진 자연 풍경을 배낭에 넣어 가지고 집으로 갈 수 없어서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린다. 욕심이 아니다. 자연을 품고 자연 속에서 사는 게 즐거운 사람의 본성(本性)인 거다.  

 건물 안에서 책상 위에 정물을 나열해 놓고 그릴 때의 분위기와 매우 다르다. 간혹 사진을 보고 풍경을 그릴 때도 직접 야외로 나와서 실경(實景 real scenery landscape)을 그릴 때와 싱그러운 느낌이 같지 않다. 야외에서 자연 풍경와 직접 얼굴을 맞대고 그리는 행위는 접촉(接觸skin to skin)에 의한 실감(實感)인 것이다. 실감은 생생하며 아찔하기조차 하기 때문이다. ~^^*🪲🕷️🦠🐞

 

충북 영동 황간 월류봉

 

 

월류봉 수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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