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망설인다. 이대로 추워져야 할지, 조금 더 더위를 유지해야 할지. 하늘 파랗게 코밭트 색으로 물들여 놓고, 몇 점 흰구름도 얹어 놓고, 활엽수 꼭대기를 울긋불긋 물들이다가 서늘한 바람에 잠시 쉬곤 한다. 바람이 물든 나뭇잎을 불어 날리면서, "곧장 가는 거야, 황소의 뿔처럼 고개 숙이지 말고!" 성화를 해도 가을은 집집마다 창가에서 서성인다. 아직은 변한 적이 없는 햇살을 끌어다가 창가에 걸어 주며 어디서 겨울이 호시탐탐 남하를 꿈꾸는지 귀띔하기를 미루고 미룬다. 그러면 밤새 몸 굳어 있던 잠자리, 나비.....떠날 시간이 임박한 날짜를 견디며 몸 풀고 나온다. 가을이 미적거리는 온기 속을 날으며, 계절을 따라 떠나고 남는 이치를 순순히 받아들인다. 가을은 더욱 마음이 붉어진다. 영영 떠나는 생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