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글(文)

비 온 뒤 찬바람

담우淡友DAMWOO 2022. 10. 10. 11:02

가을은 망설인다. 이대로 추워져야 할지, 조금 더 더위를 유지해야 할지. 하늘 파랗게 코밭트 색으로 물들여 놓고, 몇 점 흰구름도 얹어 놓고, 활엽수 꼭대기를 울긋불긋 물들이다가 서늘한 바람에 잠시 쉬곤 한다. 바람이 물든 나뭇잎을 불어 날리면서, "곧장 가는 거야, 황소의 뿔처럼 고개 숙이지 말고!" 성화를 해도 가을은 집집마다 창가에서 서성인다. 아직은 변한 적이 없는 햇살을 끌어다가 창가에 걸어 주며 어디서 겨울이 호시탐탐 남하를 꿈꾸는지 귀띔하기를 미루고 미룬다. 그러면 밤새 몸 굳어 있던 잠자리, 나비.....떠날 시간이 임박한 날짜를 견디며 몸 풀고 나온다. 가을이 미적거리는 온기 속을 날으며, 계절을 따라 떠나고 남는 이치를 순순히 받아들인다. 가을은 더욱 마음이 붉어진다. 영영 떠나는 생명들이 한 둘 아님을 가슴으로 안다. 남는 사람이나 훌쩍 가버리는 사람이나 다 가슴이 단풍 들고, 낙엽따라 땅 아래로 낮아지는 마음을 외면하지 않는다. "겨울아, 조금만 더 거기 있어 봐, 아직 정리할 게 여럿 있어." 가을은 더 발개지는 얼굴로 목소리 없이 표정으로 말한다. 나무가 듣고, 곤충들이 듣고, 가을이면 눈귀가 더 밝아지는 사람들이 듣는다. 아마 가을은 더 망설일 것이다. 아메리카에서 귀화한 쑥부쟁이를 앞세워 더 피워야 할 꽃을 코로나 선별 검사소 사람들의 줄처럼 길게 세운다.  

 

미국 쑥부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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