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와 같이 새벽 세 시 반에 깬 의식 속으로 꿈 반 생시 반의 고요가 흐른다. 현실은 베개 위지만, 의식은 잠의 결 속에 있다. '누워 있음'과 '일어나야 함' 사이에서 시간은 의식 밖에 있었고, 시작과 끝이 없는 적막이 빛도 없이 휘감겨 있었다. 왜 가만히 있을까 묻지 못한다. 깨어난 이유와 일어나야 할 명분도 다가오지 않는다. 지금은 곁에 있었지만, 오늘이 감지 되지 않았고, 내일은 더욱이나 기존하지 않았다. 뇌를 품은 머리가 베개 위에 있다 해도 뇌는 나를 알지 못하고, 머리조차 베개를 의식하지 않았다. 나는 베개 위에서 머리를 만지지 못한 채 '깨어남'의 옷고름을 붙잡고 있었다. 나를 낳은 엄마가 외가에 갈 때 억지로 떼 놓고 간 나의 머리가 구르지 않았고, 그 엄마가 곁에 없는 베갯머리는 어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