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기운에 깨어난 개구리가 얼어 죽을 정도로 느닷없이 춥다. 찬바람에 목련 개나리 꽃이 필까 말까, 필동말동 움추린 목덜미가 푸릇푸릇 보얗다. 그래도 날짜가 어김없는 숫자로 넘어갈 수록 조금씩 눈시울 여는 꽃망울처럼 어느 나뭇가지 꽃나무 아래 사람들은 함께 한 칸 한 칸 다가오는 봄의 눈금을 헨다. 계절과 시간과 햇살의 용량까지 서술해온 영장류가 사람이다. 꽃이 피지 않으면 아쉬워하고, 잎샘추위에 싹이 언제 돋을까 근심 반 기대 반 새들 보다 너구리 고라니 보다 걱정과 희망이 평상심(平常心)이다. 폭풍우 말미에 사람이 서 있지 않은 적이 없다. 화산재 아래에서도 미처 못 쓴 마스크 대신 스카프로 입을 가리듯 대기권 밖에서 날아오는 위협 앞과 뒤에서도 공포의 한가운데, 혹은 그 여운 끝에서도 사람은 비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