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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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글(文)

그래도 마지막은 사람이다

담우淡友DAMWOO 2025. 3. 9. 07:45

 봄기운에 깨어난 개구리가 얼어 죽을 정도로 느닷없이 춥다. 찬바람에 목련 개나리 꽃이 필까 말까, 필동말동 움추린 목덜미가  푸릇푸릇 보얗다. 그래도 날짜가 어김없는 숫자로 넘어갈 수록 조금씩 눈시울 여는 꽃망울처럼 어느 나뭇가지 꽃나무 아래 사람들은 함께 한 칸 한 칸 다가오는 봄의 눈금을 헨다. 계절과 시간과 햇살의 용량까지 서술해온 영장류가 사람이다. 꽃이 피지 않으면 아쉬워하고, 잎샘추위에 싹이 언제 돋을까 근심 반 기대 반 새들 보다 너구리 고라니 보다 걱정과 희망이 평상심(平常心)이다. 

 폭풍우 말미에 사람이 서 있지 않은 적이 없다. 화산재 아래에서도 미처 못 쓴 마스크 대신 스카프로 입을 가리듯 대기권 밖에서 날아오는 위협 앞과 뒤에서도 공포의 한가운데, 혹은 그 여운 끝에서도 사람은 비켜 선 적이 없다. 하물며 다투고 불신하며 울그락 붉그락 웬수가 될 때에도 후회와 용서 끝에 사람이 없지 않았다. 선(善)하지만 않았다. 오는 봄을 싫어한 적이 있다. 모처럼 깨어난 개구리를 밟거나 살생할 기회도 가지곤 했다. 바른 짓만 하지 않았다. 그른 짓이 더 좋아서 지랄발광하곤 했다. 옳은 척과 그른 척 착한 척까지 변화무쌍하고 영민한 게 사람이다. 

 어느 날, 봄 삼월의 강설(降雪) 아래 눈싸움을 했다. 아이들이 만들어 놓은 눈사람 몇 명을 거짓 선동에 발길질로 부셔버렸다. 좋은 구두와 비싼 양복 소매를 휘저으며 하얀 눈뭉치에 티끌과 흙을 첨부해 안그래도 도착을 망설이는 봄의 얼굴에 정조준을 했다. 눈덩이는 산산이 부서졌고, 흙과 티끌은 봄의 꽃가슴에 흩어졌다. 봄이 오는 걸음 주춤했을까? 포기했을까?  봄이 옳은사람에게만 올리가 없다. 그른 사람의 거짓말 사이에도 늦게나마 봄까치꽃으로 핀다. 봄은 아무도 외면하지 않는다. 늦게 잠깬 뱀에게 흥! 할리 없다. 더구나 옹송그린 길목에 서 있는 사람이 선인(善人)이든 악인(惡人)이든 사쁜사쁜 오던 맨발을 돌려가지 않는다.

 흐린 날, 개인 날, 햇살 눈부신 날의 십자(十字) 건널목 긴 정지 끝에서 꽃잎을 폈고, 잎새를 돋운 가로수 아래 사람들이 날씨보다 생생하게 서 있다. 어느 거짓말 종결어미에도 앉아 있고, 진실의 감탄사 느낌표 뒤에도 어김없이 얼굴 환한 사람이 서 있다. 모든 상황과 경우 사이사이 있지 않으면 인식과 설정이 불가능한 사람의 존재! 그 사람이란 사람됨이 시궁창 물기 같으면.........그 건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 한 잎의 풀잎같더라도 푸르고 싱그러운 사람은 모든 불신과 어거지 신념 사이에서도 매일 오는 아침같다. 잊지 않고 오는 봄과 같다. 옳은 사람이란 대기권이 흐리거나 맑거나 매일 돌아오는 해와 달같은 인품(人品)을 지닌 인자(仁者 a man of goodwill)이다.   

 

인자(仁者)의 仙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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