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를 그린다. 빨간 사과를 그린다. 둥글게 크기를 잡고, 블링블링 윤곽을 그린다. 사과는 정말 둥글까?? 어렸을 때 '둥글다'를 몰랐다. 어른들이 둥글다고 해서 그렇게 알았고 인식(認識) 라인에 둥근 개념이 들어앉았다. 꼭지가 있고, 꼭지 끝이 왜 쏙 들어갔는지 모른다. 사과 모양이 왜 둥글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색깔이 빨간 건 햇살과 물의 작용일 거라고 짐작은 하지만, 사과 스스로 어떻게 빨간 색을 확정 지었는지는 모른다. 모르는 게 그것 뿐일까. 세로 줄무늬가 있으며, 자세히 보아야 보이는 자잘한 점까지 내가 사과를 그리고 있는데 사과의 외형(外形) 밖에 그릴 수 없다. 빨간 색을 보면서도 무슨 색인지 몰랐다. 어른들이 빨갛다고 해서 빨간 색이라는 개념이 머릿속 뉴런을 타고 망막까지 도달하는 동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