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철 골판재로 지붕을 덮고나서 여러 번의 여름이 지났다. 그동안 그 지붕을 지나간 겨울비를 비롯, 봄비의 조용한 발소리를 들었다. 한밤중 작은 발소리에도 귓속의 달팽이가 깨어나 느릿느릿 창가로 귓바퀴를 굴려가곤 했다. 공원의 조명 빛과 건너편 고층 아파트의 드문드문 켜져 있는 전등빛이 비오는 밤의 별자리처럼 떠 있어 홀로 잠을 깬 밤이라도 외롭지 않았다. 창유리에 맺힌 빗방울이 밖의 불빛에 방울의 내면을 반짝이는 어떤 신호마저 내 마음의 뉴런( neuron 神經元)에 닿아 전두엽 쪽으로 0과 1을 보낸다. 나는 숫자를 구별하지 못하고 0이면서 1같은 감정, 1이면서 0 같은 느낌을 물방울에게 다시 전사(傳寫)한다. 그러면 밤은 점점 더 촉촉하게 검고 투명한 인견(人絹) 린나이 자락을 귓전으로 감아든다. ..